돌의 후계자/장 미셸 트뤼옹

팔백페이지나 되는 SF 소설입니다. 네스토리우스파의 교서가 중요한 모티브 중의 하나로 나오는데 뭐 그거 자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고… 2032년이 되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인류는 자가격리에 들어가 다들 방 한 칸에 살면서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최저임금이 없는 때라서 슬픈 경쟁을 하는 온라인 노동시장과 안락사가 권장되어 돈이 없는 늙은이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풍경이 무시무시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생각이 나서 몇 대목 발취해 봅니다.
책은 절판되었지만 중고책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긴 합니다. 절판인 이유는… 아무래도 인물들이 온라인으로만 만나다보니 사건보다는 대화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게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2032년 인류의 상황

‘대재앙’ 에 대해서 타슈는 선조들이 가르쳐 준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악성 바이러스-장난처럼 한 인간의 증오와 솜씨에서 탄생한-지구를 초토화시켰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인류의 삼분의 일이 죽었다. 그 재난 이후에 ‘팩트’ 의 지도부에는 한 가지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두 단어로 요약되는데, 바로 제로 콘택트였다. 재난의 확산과 반복을 막기 위하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든 신체적 접촉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 대가를 치렀다. 그 제안에 언성 을 높여 비난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혹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상류층 두뇌 집단들이 복잡한 계획을 세웠고, 여러 학술 단체들이 토론 을 거듭했고, 기술자들이 계산을 거듭했고, 정치가들이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제로 콘택트 국제 협약’을 탄생시켰다. 그에 따라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규모 재처리 계획, 즉 ‘대감호大監護’ 계획이 합법화되었다. 밖에서 보면 그것은 상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하는 컨테이너와 비슷했다. 안쪽은 마치 재앙 이전에 서다 널리 유행했던 캠핑 트레일러처럼 개조되었다. 그것들은 저장소마다 쌓여 있었다. 일단 자리에 놓이면 수도, 전기, 하수 처리 장치가 연결되고 그런 다음에 웹에 연결되어 여러 가지 은밀한 작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

하지만 크레아튀르가 경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진화하는 것만큼이나 연대성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 그리고 그가 승리자들에게 언제나 호의를 보였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살인을 통해서건 사랑을 통해서건 그 승리자들이 승리를 거두는 방식은 그에게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마 한 여자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또한 크레아튀르가 오늘날 비인간적이고 적대적인 가면을 쓰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오로지 난폭한 사람들의 압력을 받으면서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 여자가 필요했다. 아마도 크레아튀르가 궁지에 몰리게 된 진짜 이유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그것이 남성들의 차지였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남성들은 그들이 그렇게도 자랑하는 그 달랑거리는 부속물의 영향을 받아 선천적으로 삶을 전쟁터나 장터의 도박장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의 승리는 곧 다른 사람들의 패배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반면에 삶이라는 경기에서는 어느 누구나 다른 사람을 착취하려 하지 않는다면 착실한 득점을 할 수가 있었고, 여성들은 그것 을 잘 알고 있었다. 삶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거들어주기만 하면 참가자들 모두가 각자 자신만을 위해서 경기를 했을 때보다 더 나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 점이 니치의 잘못이었다. 그가 남자였기 때문에 그는 아다가 ‘크레아튀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으로 우아하고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에 대해 말했을 때 단지 크레아튀르의 살해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남자였기 때문에 그는 아다의 엉뚱한 도박, 즉 인내로써 크레아튀르의 표현되지 않은 여성적인 부분을 복권시킨다는 계획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성 SF작가들이 미래는 보다 여성적일 것, 이라고 상상하는 것을 볼 때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는데 이 사람들이 옳은 방향(!!)으로 상상은 하면서 구현은 잘 못 하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이 소설에서도 소설의 주요한 두 여성 캐릭터 중의 하나인 아다는 천재적인 시스템 전문가이고 바이러스 전문가이면서 위력적인 조직가이기도 하고 미래적이고 국제적인 통찰력이 있고 인품도 훌륭하고 암튼 다방명으로 출중합니다. 근데 죽었어요… 회상으로만 나와요ㅋㅋ) 이토록 타자화된 여성인 독자로서 느끼는 따분함이랄까요…ㅎ

그래서 사람들은 뭐 해서 먹고 사나

“……….6천만 달러짜리 신용장 문서 작성입니다. 6시간 안에 양도되어야 합니다.”
“150 전직 체이스 맨해턴의 수출 자금 조달 과장입니다.”
“120. 5시간 양도입니다. 전직 파리바의 대계좌 금융 프로젝트 책임자입니다. 안녕, 마르탱”
“자네, 밥이군? 잘 지내나? 100입니다. 4시간”
“자네 농담하나, 마르탱, 그렇게 적게 받고 그 일을 할 수는 없네.”
“협잡이다.”
구경꾼 하나가 항의했다.
“싸우게 놔둬!”
다른 사람들이 허락했다.
“자, 신사 여러분, 시간 허비하지 마세요. 100에 공급합니다. 더 이상 없습니까?”
“90”
“잘했어”
청중들이 소리쳤다.
“80”
“우와”
“제기랄, 마르탱, 자넨 우리를 죽이려 하는군”
“계속해, 마르탱, 끝내버려.”
청중들이 요구했다.
“80…… 하나…… 둘…”
“75. 제발 부탁이네, 마르탱, 그 일을 내게 넘기게. 딸애가 병에 걸렸어…”
“죽게 놔둬”
천민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60, 3시간”
마르탱이 말했다.
“미안하네, 친구.”
“전직 체이스 근무자에게 60에 낙찰입니다. 다음 일자리입니다. 오늘 밤 폴로숑 파티입니다. 고객은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최고 50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없습니까?”
“40. 아니, 30”
“전직 파리바 책임자에게 30에 낙찰되었습니다.”

…ㅠㅁㅠ

그래서 저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에게는 미래를 위해 편안하고 공익적인 선택을 하라는 미사여구로 치장된 안락사위원회의 편지가 계속 옵니다. 그가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편지가 너무 많고 길어서 이건 발췌를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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