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대는 진정으로 덤비다

그 포수장은 잘생긴 포병 중사로 아직 젊고, 금발에 매우 상냥한 얼굴의 사나이로, 철저하게 공포를 때려 부수므로 머잖아 전쟁을 없애 버릴 게 틀림없는 숙명적인 무서운 병기를 다루는 데 어울리는 지적인 모습이었다.
꽁브페르는 앙졸라의 곁에 서서 그 젊은이를 관찰하고 있었다.
“유감이야!” 하고 꽁브페르는 말했다.
“이런 살육이야말로 저주받을 일이야! 안 그런가 여보게, 국왕이라는 게 없어지면 이미 전쟁도 없어질 거야. 앙졸라, 자넨 저 상사를 겨누고 있지만 자네는 저 청년을 잘 보지 않았어. 참으로 호감가는 청년 아닌가. 용감하고 생각도 깊은 것 같아. 상당한 교육을 받았을 거야. 저런 포병대의 젊은이는 말일세.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가족도 있고 아마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스물 댓살이나 됐을까? 자네 형제인지도 모르지.”
“자네 말대로야.” 앙졸라는 말했다.
“그래.” 하고 꽁브페르가 대답했다. “또 내 형제이기도 하지. 여보게. 죽이지 말게.”
“내게 맡겨. 해야 할 일은 해야 해.”
– 송면 번역본

그 포대 지휘관은 어리고 금발인데, 안색이 매우 부드러운, 용모수려한 포병 하사관이었고, 끔찍한 살육의 완벽한 도구로 발전하여, 종국에는 전쟁 자체를 죽여 없앨 수도 있을, 그 숙명적이고 무시무시한 무기에 어울리는, 무척 총명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앙졸라 옆에 서서 그 젊은 하사관을 유심히 바라보던 꽁브훼르가 말하였다.
“참으로 아깝군! 이 흉악스러운 도살 행위! 왕들이 없어지면 더 이상 전쟁도 없을 걸세. 앙졸라, 자네 지금 저 하사관을 겨누고 있다만, 그의 얼굴은 쳐다보지 말게. 그가 불굴의 매력적인 젊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그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아. 포병대 젊은이들은 교육을 잘 받았지. 그에게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다른 가족도 있을 것이고, 아마 어떤 여인을 사랑할지도 모르지. 나이는 많아야 스물다섯쯤 되어 보이는데, 자네와 형제지간일 수도 있겠어.”
“실제로 그렇다네.” 앙졸라의 대꾸였다.
“그래, 나와도 형제지간일 수 있지. 그러니 그를 죽이지 말게.”
“나를 내버려 두게.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네.”
– 이형식 번역본

* 바리케이트의 전투 장면 중에서도 참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도 둘의 이 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의 이 대목이 좀 더 낭만적이고 추상적이지만요.
* 프랑스어는 모르지만-ㅂ- 단어 대 단어로 보면-ㅂ- 이형식 번역본이 좀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만, 송면 번역본이 읽기는 더 좋군요.
* 앙졸라가 겨냥을 하고 있는 길지 않은 순간에 포병중사를 유심히 관찰하고 여섯줄이나 되는 대사를 읊어대는 꽁브페르의 재주에는 경탄하지 아니할 수 없군요.
* 꽁브페르는 저 대사에서 2인칭 대명사로 tu를 씁니다. 당연한 걸지도요.
* 강력한 무기에 대한 공포로, 혹은 왕권의 소멸로 인해 전쟁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살픗 느껴져서 좋으면서도 씁쓸했습니다. 현실은 결국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고, 권력이 공포보다 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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