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Misérables (1925)

감 독 : 앙리 페스쿠르 / Henri Fescourt
379min(…)

1925년에 만들어진 무성영화로 4부 379분에 달합니다. 얼마 전에 복원되었다는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해서 보고 왔어요.
처음에 비엥브뉘 각하로 시작하여 주교관과 병원을 바꿨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도 다루고 있어서 주교님의 방탕한 젊은 날이라거나 나폴레옹과의 만남, 국민회의 G씨와의 만남 등등을 기대했는데 그만큼은 안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보니 이 영화 사소한 것도 엄청 나오는데(쁘띠 제르베 얘기라거나 장발장이 꼬제뜨를 처음 본 크리스마스 날 나막신에 은화를 넣어준 것이라든지 심지어 르 까뷕까지도) 어떻게 나올까 기대한 부분은 또 안 나옵니다ㅠㅗㅠ (장발장이 쁘띠 쀡쀠스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무덤에 묻힌 일이나… 이건 영화적으로도 재밌을 것 같았는데ㅠㅗㅠ 마리우스와 친구들의 의견충돌한 토론이라거나 앙졸라가 연설하는 장면이라거나 앙졸라가 포병 장교를 결국 죽인 것 등등) 처음에는 엄청 세세한 장면들도 나왔는데 점점 진행될수록 듬성듬성해지는 것이 제작기간이나 제작비 문제 등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데 알 방법이 없구요. 중간중간 장황한 배경 설명은 다 뺐지만 워털루는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라 전쟁이 끝난 후 뽕메르시 남작과 떼나르디에의 장면만 나오고, 뒤로 갈수록 자막이 빈번하게 등장하더니 결국 자막으로 마무리… 마지막 문장을 읽어주고 싶었던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요.

무성영화지만 장발장과 꼬제뜨가 자베르에게 쫓기는 부분은 긴장감이 넘쳤고, 양쪽 수백명의 시민군과 정부군이 백병전을 벌이는 바리케이트 전투 장면은 아주 스펙터클하군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연극적인데 영화와 아주 잘 어울렸어요. 특히 어린 꼬제뜨 역의 배우는 혹시 영화 찍으면서 학대당한 것이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떼나르디에 부인에게 겁에 질린 연기를 잘 해서 눈물났습니다. 그나저나 여러 레미제라블 영상의 어린 꼬제뜨 배우를 보면, 커서 예쁜 얼굴을 아니게 될 것 같아 기숙사생으로 받아준 쁘띠 쀡쀠스 수녀원장님의 안목이 매우 의심스러워집니다(…) 당시 다른 일로 마음이 심난하여 잘못 봤을 수도 있지만요(…) 장발장은 가브리엘 가브리오가 맡았는데 네모난 얼굴이며 커다란 몸집이 장발장이랑 참 어울리더군요. 다만 이 영화를 마흔살 정도에 찍어서 처음에는 매우 어울렸는데 나중엔 머리에 하얀 칠을 하고 더 나중에는 머리가 벗겨진 분장을 붙였는데 얼굴이 너무나 팽팽하신… 너무나 젊어보이고 나이들어서도 험상궂어 보이는 장발장이었습니다. 팡띤느와 자란 꼬제뜨를 산드라 밀로바노프라는 같은 배우가 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팡띤느도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던 거고, 엄마랑 많이 닮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잘 어울렸어요. 그리고 바야르의 삽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자베르 배우는 장 툴루라는 배우인데 지금 찾아보니 가브리엘 가브리오와 동갑이군요.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이미 장발장보다 20년은 더 먹어보이는 완성형 얼굴이었는데… 질르노르망 노인과 뽕메르씨 남작에 대해 잠깐 자막설명을 하더니 바로 미남청년으로 나온 마리우스는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매우 어색했는데요. 물론 제가 지금 보는 영화의 남자배우들도 다들 화장을 했을테지만 그렇게 화장했음을 강하게 나타내지는 않는, 아니 화장한 척은 전혀 안 하는 화장을 해서… 네 마리우스는 매우 자연스럽고 제가 어색했습니다… 암튼 마리우스는 화장했다는 얘기가 나왔기도 했고 외모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던 마리우스가(아닌가 가난한 시절에 좋은 옷을 못 입어서 그렇지 옷이나 구두에 신경을 쓴 것 보면 신경을 쓴 것 같기도 해요.) 화장을 했다는 걸 보면 당시 젊은 남성들은 화장하는 것이 예의였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화장 얘기를 길게 하는 것은 심지어 앙졸라도 화장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 봐서요OTL 아베쎄의 벗들 다른 사람들은 이 둘만큼 진하게 화장을 한 사람은 별로 기억이 안 나는 걸로 봐서 이 당시(1830일까 1925일까) 프랑스 사람들은 미남=화장한 남자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리고 보니 몽빠르나스도 화장했구요 지나가는 시민들 중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화장한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에뽀닌느는 화장품이 없어서인지 마리우스보다 화장을 덜 했습니다… 에뽀닌느가 매우 매력적이고 기억이 남았어요. 대개는 꼬제뜨보다 에뽀닌느가 인상적이긴 하지만요.
암튼 앙졸라를 보면 프렌치 미적 감각 믿을 수가 없네염… 연기는 괜찮았고 허락하겠나 장면도 넣어줬습니다. 그리고 장발장 배우보다 세살이 많습니다! 이 영화를 찍을 때 무려 41살이었군요. 실로 스물두살때도 열일곱으로 보이는 외모이긴 하네요.
처음의 주교관이나 질르노르망 씨의 집, 쁠뤼메 거리의 집 등등은 지금 봐도 화려하면서도 단정한데, 가난한 사람들 옷 입은 것이나 집은 요즘의 영화에서는 도저히 구현할 수 없을 정도로 누추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르보 누옥은 정말 쓰러질 것처럼 생겼고, 방안에 포석이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구요. (방 안의 포석은 책을 읽을 때 여러 수수께끼 중 하나였습니다. 도대체 방 안에 왜 포석이 있나!!!) 바리케이트 전투 장면들과 전투 중간중간 쉬는 장면들이 흑백무성영화라 그런지 마치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느껴져서 더 현실감있게 느껴졌어요. 바리케이트 백병전은 마치 합을 안 맞춘 것처럼, 정말 네 벽에 갇힌 전투처럼 보이면서 배우들 촬영 중에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더라구요. 걱정하던 와중에 길가에 누워있는 시체가 돌격하는 군대를 피해 발을 슬쩍 당겨서 그런 걱정을 조금 덜었습니다. 글고보니 뽕메르씨 남작도 죽어서 누워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는데 배우가 큰숨을 쉬어서… 재밌었어요.

음악도 안 나오는 완전한 정적 속에서 영화를 봤지만 뒷자리 어느 분이 3부까지 내내 숙면하는 숨소리를 들려주셔서 아주 조용하지는 않았어요. 4부에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극한의 상영현장… 3시간 상영하고 쉬는 시간 15분 주고 다시 또 3시간 상영후에 GV를 하는 서울아트시네마의 패기로운 상영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1,2부와 3,4부 사이에 10분 쉬는 시간이 있긴 했는데, 아트시네마 상영관에서 화장실까지가 엄청 멀어서, 암튼 이래저래 영화 외에도 기억이 남는 일이 많았습니다.

여러 매체 버전별 아베쎄의 벗들 https://www.tumblr.com/search/les%20mis%C3%A9rables:%20shoujo%20cosette
DVD 판매처 https://www.dvdplanetstore.pk/shop/drama/les-miserables-1925/

This Post Has 3 Comments

  1. 캐스트너

    와 진짜 대장정이었네요. 욕봤어요. 긴 상영 시간에 비해서 인터미션을 너무 짜게 줬네요. 고작 15분이라니. 4시간 반짜리 바그너 오페라 공연할 땐 중간에 밥 먹고 오라고 인터미션을 한 시간 줬는데…ㅎㅎ

    저는 예전에 이틀에 걸쳐서 본 9시간짜리 홀로코스트 다큐 관람이 제가 가장 길게 본
    영화 기록일 거 같습니다. 독일사 수업의 일환으로 봤는데 수업이 아니었으면 도저히 끝까지 버티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님.

    레미제라블이나 몽테크리스토백작 같은 소설들은 팬들의 기대를 채워주려면 6시간도 부족할 거 같아요. 아싸리 한 12부작쯤 되는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야 웬만한 중요 장면들은 빠트리지 않고 다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19세기 소설들의 그 장황한 묘사야말로 그 장르의 예술적 가치의 핵심이 아니겠습니까?

    와 9시간! 그래도 이틀에 나눠봐서 다행이네요.
    레미제라블 보면서는 잠깐 내려가서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왔습니다. 저는 배가 고픈데 영화에서는 먹을 게 자꾸 나오고…ㅠㅗㅠ 이때는 흑백이라 다행이었습니다…ㅎ
    레미제라블 영상은 거의 50여편에 이른다니 그 중에는 더 긴 시리즈물도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앙리 페스쿠르 감독의 작품 중에 몽테 크리스토도 있다고 합니다. 218분(…)
    언젠가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해주지 않을까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화장을 진하게 하고 나오겠군요…OTL 알베르나 프란츠나 베네데토나 귀족청년들도 잔뜩 나오니 역시 화장한 젊은 청년들이 잔뜩…OTL

  2. 캐스트너

    실제로 19세기 전반기 남성 화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시기가 댄디즘이 발흥한 시기이니 어떤 식으로든, 특히 귀족 남성들은 좀 꾸미고 다니긴 했을 거예요. 화장도 화장이지만 헤어가 그루밍의 주 타겟. 낭만주의 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그 당시 남자들은 주로 이마에 고수머리 몇가닥을 다소 와일드하게 흐트러트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물론 와일드한 헤어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베토벤처럼 거의 벼락 맞은(!) 듯한 헤어스타일이 되기도 합니다;; (낭만주의 특유의 격정성이 가장 발현된 케이스가 아닐까?)

    그런데 19세기의 역사적 패션을 떠나서 무성영화 시대 화장이 요즘 관객 눈에는 특히 튀어보이긴 해요. 채플린 영화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만 봐도 그때는 아직 이목구비를 두드러지게 하는 연극식 분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흑백 화면이라 더 그렇기도 보이기도 하고요.

  3. cain

    낭만주의 회화 하니까 생각나는데 저는 어렸을 때 유럽 사람들은 다들 고수머리인 줄 알았어요ㅎㅎ
    지금처럼 오래가도록 지질(!) 수도 없었을텐데 옛날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했나 봅니다.
    암튼 그때 장발장이 마리우스 머리를 보고 머리도 지졌다고 속으로 못마땅해하는 장면이 나와요. 마리우스가 어떻게 하고 얼쩡거려도 다 못마땅해 보이긴 했겠지만ㅎㅎ
    낭만주의 특유의 격정성이 가장 발현된 케이스 : 베토벤 -> 매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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