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윤성근, 심야책방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일기
런던스타일 책읽기는 와 책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이 사람 정말 글 재밌게 쓴다ㅎㅎ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끝까지 안 읽혀서 덜 읽은 채로 반납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다시 보니 이유를 알겠습니다. 닉 혼비가 읽었다는 책 중에 제가 읽은 책이 없습니다(…) 한권도 없어요. 제가 책을 하두 안 읽어서 그런지 한국과 영국의 간극이 그렇게나 먼 것인지… 라고 하기엔 책 말미에 친절하게도 닉 혼비가 읽은 책 중에 한국에 번역소개된 책들의 목록이 실려 있죠. 암튼 책에 대한 책은 읽으면서 나랑 비슷하게 본 점이 있나, 내가 놓친 것 짚어주는 건 없나 하며 읽는 맛이 있을텐데, 이렇게나 안 읽은 책에 대한 글만 읽기도 처음입니다. 그래도 재밌었어요.
심야책방은 은평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씨의 책에 대한 책입니다. 주로 절판된 책들에 대한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제목이 정말 근사해서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았습니다만;;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습니다.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 궁금했는데, 주로 프랑스어 언어 유희로 된 책이라니 번역본은 읽어도 느끼기 어렵겠죠.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독서일기는 산만한 편이더군요. 밤의 도서관이 도서관의 각 주제에 따라 책들을 유기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독서일기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떠오르는 책에 대한 단상들을 날짜별로 늘어놓고 있어서 그런 느낌이 더 들은 것 같아요.
‘네 사람의 서명’은 무슨 내용인가? 권태로움에 대한 치유로 균형을 모색하는 것. 아마 균형 회복은 모든 (고전적인)추리소설의 주제일 것이다. 복수, 인과, 정의.
PD제임스는 말한다. ‘추리소설의 본질은 살인이 아니라 질서의 복원이다’
독서일기/알베르토 망구엘
추리소설의 본질은 질서의 복원, 낙원으로의 귀환, 균형의 회복, ‘state of grace’ 의 추구, 최초 상태로의 복귀….음 또 어떤 표현이 있을까요?
저는 그래서 책에 대한 책은 결국 제가 읽은 책 부분만 훑어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글턴 서평집 같은 경우에는 서평 대상이 되는 책이 전혀 모르는 책이어도 다 읽게 되지만요.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본격 장문 서평의 경우엔 독자가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서평자가 그 책 내용을 요약해주고 그 책이 다루는 주제와 관련한 기존 논의도 짚어주지만 단상 스타일의 감상문은 아무래도 서평자의 느낌 위주라 논의의 대상이 되는 책을 모르면 도무지 공감을 할 수가 없어요.
사실, 그런데 이런 걸 다 떠나서 이글턴이나 혼비쯤 되면 그 서평을 쓴 사람이 걍 이글턴이고 혼비이기 때문에 읽는 거죠.
정상 상태 복귀와 관련해서 저도 여기에 대해서 짤막하게 글을 쓴 적이 있어요.
http://blog.naver.com/kaestner/60091738100
추리소설을 읽는 행위 자체가 권태에 대한 한 가지 치유책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그 약발이 오래가지 않고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운 수수께끼를 축구하는 홈즈처럼 추리소설 독자도 끊임없이 새 책을 찾게 된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음… 강박적으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추리소설 독자와 주기적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홈즈, 심리적인 부상후유증을 앓는 왓슨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여기에 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지가 거짓말 보태서 벌써 백만 년 전인데 여기에 주저리주저리 댓글을 달지 말고 한번 맘잡고 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