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다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사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독자 투고는 사양하겠다. 나도 그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나 역시 사들이는 책을 모두 읽으려는 의도는 갖고 있다.
– 게놈과 6일간의 전쟁은 대영박물관 옆에 자리한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본사의 좀 오싹한 새 서점에 갔다가 샀다. 특히 그 두 권을 고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서점에 간 사람이 주기적으로 사로잡히곤 하는 혁신의 시도에서가 아닐까 싶다. 천국의 문 앞에서 성 베드로와 마주하게 되면, ‘읽은 책’란은 무시하시고 대신 ‘구입한 책’란을 잘 보시라고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셈이다. “이게 바로 저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사실 전 아르센 윙거보다는 게놈 쪽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죠. 절 들여보내주시기만 한다면, 그 사실을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진짜요”
– 새장 안에서도 새들은 노래한다, 마크 잘즈만, 푸른숲, 2005년
– 임시 가족: 나는 가족을 꾸리기 시작하느니 감옥에 가는 편을 택할 것 같았다. 임시 가족이 감동적으로, 설득력있게, 필요한 만큼의 길이로 설명해주는 것은 코코와 제시카와 그들의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생각하기에 미래란 결국 콘돔을 사는 데 드는 돈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것이며, 그렇게 미래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그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다. 나는 결국 제시카가 할머니가 된 나이와 비슷한 나이에 첫 아이를 갖게 되었다.
– 여기는 세르비아:는 베오그라드의 라디오 방송국 B92와 독재자 밀로셰비치에 저항하는 일에 이 방송국이 한 역할에 대해 쓴 매튜 콜린의 책인데, 우리 집에 한동안 놓여만 있었다. 그 책을 보면 최고급으로 요약한 역사를 알 수 있고, 잔인한 정권에 굽히지 않았던 매우 용감한 청년들에 관한 놀랍고 존경스러운 이야기도 알게 된다.
혹은 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글논그림밭, 2004년
– 아들이 태어나자 나는 다시는 서점에 갈 시간이 없어져 인쇄물을 살 기회를 모조리 박탈당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허둥댔다. …어쨋든 그래서 미스틱 리버를 살 수 있었다. 다시는 서점에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서점에 갈 수 없게 된다면, 읽지 않은 수백 권의 책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기껏해야 9년 내지 10년일 것이다. 그러니까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비를 바라는 기도는 사 둘 필요가 있었다.
– 가끔 어중간한 저녁 무렵 시내 펍에 걸어 들어가면 바로 그 순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퇴근하고 한잔 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고, 밤늦게 마시러 나오는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았고, 빈 잔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 내가 어질러 놓은 것은 하나도 없을 때… [비를 바라는 기도]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 그들은 낮에는 서로에게 몽테뉴의 에세이를 읽어주고, 텔레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거웨인 시인 이래 모든 작가들의 죽음을 연대순으로 애도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제라드 맨리 홉킨스까지 왔었다. 그들의 진지함과 진보적인 성관계에 대해서는 감명을 받았지만, 사실 그닥 나와 어울릴 만한 사람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도 분명히 있다. 가령 내게 맞지 않는 책을 고집스럽게 보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으며, 그에 대해 글을 쓰는 것에는 더욱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 전기: 제발 전기 작가들이여,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 우리를 위해 전기에 실을 내용을 선별하라. 우리에겐 일과 아이들, DVD 플레이어와 시즌 티켓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뭘 배우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 그는 독자가 자신의 인물들을 바라보기를 원하지,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 내가 기대했던 것은 뭔가 가벼우면서도 가슴 아플 정도로 염세적이고, 기분전환이 됨과 동시에 괴로움으로 가득한 인간조건에 대한 잊을 수 없는 통찰로 가득하며 재미있기도 하고 동시에 전혀 재미가 없으며, 읽는 동안 위안이 되었다가 목을 매고 싶었다가 하는 기분이 아슬아슬하게 반복되는 그런 것이었다.
– 톨킨의 전기를 보면 반지의 제왕도 자전적인 소설임이 밝혀질 것이 분명하다. 사실 톨킨은 구멍에 빠졌다가 미들 어스라고 부르는 곳을 발견해 호빗들을 만났던 것이다. 어떤 이들, 주로 비평가들은 이런 시각이 작가의 업적에 손상을 입힌다고 주장할 테지만 실제로 소설을 쓸 때 힘이 드는 것은 착상이 아니라 글쓰기다.
– 너무나 많은 책들: 가브리엘 자이드; 여태까지 출간된 모든 책의 목록을 읽는 데만 1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자이드 책에서 가장 멋진 순간은 두 번째 문단에서, 진정한 교양인이란 읽지 않은 수천 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태연자약하게 더 많은 책을 원할 수 있는 이들이다.
– 에드 스미스는 전통주의자들에게 크리켓 선수들이 ‘신사’와 ‘선수’의 두 진영으로 나뉘던 시절을 기억하게 해 준다. ‘신사’는 사립학교와 대학을 졸업한 상류층 배경을 지닌 남자들이었고, ‘선수’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신사’들과는 탈의실도 같이 쓰지 못했던 기술 좋은 프로였다.
– 사실 오랫동안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스포츠의 핵심이란 패배의 쓰라림이다.
– 필드 안팎에서, 에드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