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적어두면 기억의 저편으로 광속으로 사라지는구나 싶어서 쓰다 만 별거 아닌 거 마저 써서 올립니다-_-;;
‘근래’ 하고 시작하는데 근래가 아니네요… 아마 여름쯤 쓰다 말았던 것 같아요.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천사는 두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 안 세실리
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추리소설인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ㅅ<
근래 읽은 몇 권의 추리소설들은 죄다 소설 초반에 범죄가 일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의 동기와 진행이 어땠는지는 밝히는 고전적인 소설이 아니고 범인 혹은 범죄 주변 인물의 과거와 내면을 탐구하는 소설들이었다. 이 소설들은 범죄수사에는 별 관심이 없다. 첫번째 소설의 죽음은 사고사로 처리되며 끝나고 (뭐 나중에 다시 수사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암튼 이야기는 끝났고 다시 수사한다고 해도 범인은 정신감정을 받고 책임질 수 없다고 처리될 듯;) 두번째 소설에서는 25년간 십수건의 살인이 벌어졌지만 모든 죽음은 사고사로 여겨진다. 세번째 소설에서는 소설이 시작하기 전에 한 건, 소설이 진행되는 9달 동안 열건의 살인이 벌어지지만, 게다가 매우 수상쩍은 상황이지만 수사가 끼어들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범인보다 무고한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던 마플 여사는 어디간거야ㅠ 어쩐지 현대 추리 소설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는 사건의 범인과 동기가 정신병적인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매우 싫은데, 어느 정도 반칙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동기와 수단을 따져 범인이나 범행과정을 찾아내는 합리;와 이성;;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거잖아. 음 80년대식 추리소설관을 갖고 있는 것 같군-_-
* 천사는 두 개의 날개를 갖고 있다
먼 옛날, 청교도적인 엄격함을 자랑하며 지내던 고장 옆에 여자들만 사는 마을이 생겼고, 이 여자들을 마녀,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라고 생각한 청교고장(…) 청년들은 해당 마을에 방화한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죽어버린 가운데 살아남은 한 여자는 청교고장에 살면서 수십년에 걸쳐 방화에 가담했던 청년들을 사고사로 위장해 하나씩 죽이고, 드디어 돌아온 방화사건의 수괴(…)를 죽이고 그 딸에게 사기를 친다(…)
라고 설명하면 너무 썰렁하겠지; 근데 뭐랄까, 추리소설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신문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먼 옛날 글쓰기 시간에 배운 육하원칙에 가장 잘 들어맞게 정리할 수 있는 픽션은 추리소설이잖아… 가 신문기사를 작성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이 여자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태어나지 못한 동생을 머리에 지고 사는 소녀의 성장담이라고 해야 할지, 사기 피해담이라고 해야 할지의 얘기는 이해받지 못한 채 끝나버린다.
게다가 ‘여자들만 사는 마을’은 참 기대하게 만들더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막을 내린다. 왜 여자들만 살게 되었는지, 왜 하필 그 마을에 모였는지, 왜 방화가 벌어졌을 때 다들 기다린 듯이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맞았는지, 왜 한명의 생존자를 남겼는지… 는 전혀 설명하지 않고 지나가버렸다ㅠ
그리고 사기 얘기는 그렇게 공들여 서술하면서 왜 살인은 그 남자가 정원에 혼자 있을 때 벌통을 던지는 것으로 끝나… ㅇ<-< 여기까지 오면 정원에 누군가가 벌통을 던지는 것으로 살해당할 정도의 남자가 어떻게 독재적인 가부장으로 군림하면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시장에 나설 준비까지 했는지 의아해진다. 이 남자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뭘까? 살인과 방화에 대한 죄책감?
*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출장요리 회사 사장이자 요리사인 네스터는 출장요리를 하러 다니면서 부유층의 비밀을 많이 엿들어 알고 있는 것으로 오해되고, 그래서 그 만찬에 모인 여러 사람이 네스터가 죽기를 바라는 것으로 묘사된다. 여기에 소설의 단서가 수정구슬로 점괘를 봐주는 점술사가 얘기해 준 네 개의 T를 조심하라는 얘기라니 이거 울고 싶잖아ㅠ 나의 과학적인; 추리소설들은 모두 어디에ㅠㅠ
직원이 넷밖에 안 되지만 서른 명이 참여하는 만찬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회사의 네번째 직원은 지지리도 일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일은 어찌 그리 잘 진행이 되는지 잘 나가는 출장요리회사의 일하는 방식은 어떤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멀베리 앤 미슬토의 직원들은 저래도 회사가 굴러가나 싶다가도 일을 무지 잘 하기도 하고 그런다. 뭐 멀베리 앤 미슬토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는 작가의 관심사가 아니었을 테지만. 카를로스의 어린 시절과 할머니의 집을 묘사하는 세밀함과 정성과 집중력은 멀베리 앤 미슬토에 이르면 삐걱거리고 다시 카를로스의 연인 이야기로 돌아가 집중력을 발휘하고, 그래서 이야기는 삐걱거린다는 느낌이 들고야 만다-_-
+
네스터의 고용인인 카를로스는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데 왜 친구라고 불리우는 걸까?
그리고 오타가 너무 많았어... OTL
* 비프스튜 자살클럽
여기까지 오면 살인사건의 동기를 밝히는 것이 거의 무의미하게 느껴진다-_- 이 살인사건의 동기는... 10명의 미식가클럽의 한 회원A가 죽을 병에 시달리자 그의 애인B는 A의 괴로움을 보다못해 마약을 사용해 병사를 가장해 A를 살해한다. 그러자 A의 숨겨진 애인이었던 요리사 루시디오가 나서, B가 아는 가운데 그의 절친한 친구들은 미식가클럽 회원들을 모두 살해하고 B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루시디오는 클럽의 월간 모임의 요리사로 '악마와 같은' 맛있는 요리를 내놓고 루시디오의 요리를 먹은 회원들은 월간 모임이 끝나면 죽는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요리가 맛있어서,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이 죽었으니 우리도 안 죽으면 불공평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공포에 떨면서도 미식가 클럽에 모이고 매달 한명씩 죽는 사람들.
주위 사람들은 수근대지만 그냥 열달이 지난 후 그냥 열명은 다 죽고 루시디오는 사라지고, 방탕한 삶을 살던 독신의/ 여유로운 남자들의 삶은 끝난다. 이거 기사로 쓰려면 뭐라고 써야 해?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경찰을 질타해야 하나?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