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종족/조이스 캐럴 오츠
별로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단편집이긴 하지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 단편 중에 어떤 게 제일 맘에 들었어?
– 난 그 마네킹이 된 여자가 인상적이더라. 근데 그 얘기 어디서 들었던 것 같아.
– 그거 도시괴담같은데 많이 나오던 얘기 아냐? 엄마가 소홀하던 틈을 타서 어린애가 더 어린 자기 동생을 봐준답시고 결국 끔찍한 사고를 내는 것도 도시괴담같은 데서 들은 것 같아.
– 난 인상적인 단편이 딱히 있다기 보다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자들이 다들 비슷한 것 같지 않아? 아름답고, 가냘프고, 무지하고, 위험하고, 관능적이고. 예전에 중세에서는 고양이의 알 수 없는 마력이나 생명력을 여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고양이를 싫어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는데 비슷한 것 같아.
– 아버지가 딸에게 성매매시키는 단편도 인상적이었지. 근데 여기 나오는 여자들이 비슷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 캐릭터들도 비슷한 것 같아. 의처증 걸린 남자, 딸에게 성매매시키는 남자, 여자 사기쳐먹으면서 사는 남자… 다 하나같이 찌질해.
– 난 용서한다고 말해 줄래?가 마음에 남았어. 형식도 그렇고.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형식.
– 첫번째 단편에서 아버지의 권위주의에 질린 딸이 남편에게 갔다가 결국 다시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것도 기억이 남더라. 그게 뭐야.
– 근데 이 여자들이 처하는 피해상황에 어쩐지 기시감이 들지 않아? 여자들이 결혼이나 남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 난 피해상황이라는 게 좀 애매한 것 같은데, 이 여자들이 피해자같긴 한데, 보면 끝까지 살아남는 건 여자들이잖아. 살해당하는 건 다 남자들이고. 뭔가 이상한 생명력이 있는 것 같아.
– 난 이 결말들이 참 낯설었어. 이런 폭력적인 상황은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접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다른 나라는 안 그런가?
– 왜, 임신중이던 이주 여성이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칼로 찔렀던 사건도 있었잖아.
– 이런 폭력적인 결말들이 남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어.
– 이런 결말이 낯설기는 하지. 우리에게 익숙한 건, 난 영화 박쥐가 생각났는데. 거기서 태주 캐릭터가 여기 나오는 여성들이랑 비슷하잖아. 아름답고 관능적이고, 무지하고 위험하고. 살인하고. 그런데 결국 영화의 결말에서는 죽으면서 끝나지. 죽고, 처벌받고, 이야기는 끝나고 세계는 안전해지고. 이 여자들이 하나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도 뭔가 상징적인 것 같아.
– 그리고 뭐랄까, 주인공들이 다들 백인이고, 계급성을 갖고 있고, 그러니까 다들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잖아. 왜 일곱번째 단편엔가 나오는 딸만 혼자 대학까지 공부한 의사인데, 그 여자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잖아. 어렸을 때 시체를 발견한 일로 트라우마는 갖고 있어도.
– 학력은 그래도 다들 똑똑하지 않아?
– 난 꼭 학력이 문제가 아니고, 이 사람들이 다들 예민해서 통찰력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뭐랄까 넓게 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 그래도 다들 부잣집 딸이지 않아? 성매매를 강요하는 아버지가 있긴 하지만, 먹을 것이나 입을 것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 같아.
– 그래, 인물들이 삶을 관조한다는 느낌이 들어.
–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긴 한데,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긴 어렵지? 난 다른 소설의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인데 이 사람들에게는 감정이입하기 어려웠어.
– 아,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도 그랬어. 작가가 이 상황에서 좀 떨어져서 상황을 보기를 바란 것 아닐까?
– 그래서 작가가 말하려는 게 뭐야? 여자라는 종족은 이렇게 예민하고 위험에 처하기 쉬운 집단이라는 거야?
– 글쎄 난 여자라는 종족에 딱히 공통점이 있나 싶은데.
– 카인, 나나, 시추, 고기의 이야기를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