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화사를 읽다가 매그레의 매력은 뭘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라지만 읽기 쉽고 분량도 많지 않고 재미있고 뭐 이런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흑흑
매그레에 깊이가 있다면 여기에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찬찬하고 담담하게 묘사되기 때문일 거에요. 수문을 지키는 사람들, 철도에서 일하는 사람들, 술집이나 까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단하게 묘사하는 것도 아닌데 읽고 나면 그 지역에 다녀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듭니다. 누런개가 매그레 시리즈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긴 한데, 스산한 11월의 콩카르노와 대비되는 활기찬 빠리 기자들의 취재경쟁은 처음 읽을 때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사건을 일으키는 동기는 은근히 뒤틀려 있습니다. 돈 아니면 치정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서 책을 덮고 나서도 사람을 미적지근하게 만드는 것이 있어요. 누런개의 그 사내도 그냥 평범하게 복수하려 들었으면 사건이 그렇게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한편 매그레는 아주 서민적인 탐정입니다. 도널드 서순도 다른 탐정들과 대비되는 매그레의 특이한 점을 지적했긴 한데, 매그레는 평범하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매그레가 엘리트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해남고 농구부원들이 천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거지이긴 하지만, 매그레의 커다란 체격과 경찰 조직에서 군말없이 움직이는 우직한 모습은 각기 괴팍한 면을 자랑하는 다른 엘리트 탐정들에 비해 퍽 서민적으로 보입니다. 사건 중간에 매그레가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 때는 종막의 멋진 쇼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사건에 대해 설명할 말을 못 찾기 때문인 것처럼 보여요.
경감으로서도 상관에 대해서 군말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경찰 조직은 그의 경찰조직 탐정 후배들에게 그러하듯이 수사의 걸림돌이 아니라 매그레와 경찰 조직은 서로 신뢰하는 관계이고, 매그레는 조직과 조화롭게 일하면서 서로 존중하는 방식을 알아요. 대개 고독한 존재들인 탐정치고는 의외의 인물이에요.
최근에는 아예 직장인인 경찰들이 주인공인 수사물도 많지만, 그보다는 훨씬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