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페로우 이보게, 자네는 흥분하여 놀란 사람 같네그려. 이봐, 기운을 내게. 인제 여흥은 끝났어… 우리가 본 배우들은 아까두 말했지만, 모두 정령인데 이젠 공기 속에, 옅은 공기 속에 사라져 버렸어. 그런데 이 환상에 보인 가공의 현상처럼, 구름을 인 탑도, 찬란한 대궐도, 장엄한 사원도, 대지 자체도, 아니 지상의 온갖 것은 죄다 녹아서 이 허망한 광대굿 모양 사라지고 자국조차 남기지 않는단 말이야. 우리의 육체는 꿈이나 한 가지 물질로 돼 있구, 우리의 하찮은 인생 또한 장에 둘러싸여 있어… 이보게, 지금 난 화가 나 있네만, 나의 약점을 용서해 주게.
…
프로스페로우 기도는 자비를 움직여서 온갖 죄를 용서하기 마련이오니… 여러분도 죄에서 용서받고 싶으시다면 관대하게 저를 해방시켜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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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얼은 정말 귀엽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와 프로스페로의 의견이 같아요:)
인상적인 첫 등장도 등장이지만 커튼타고 올라가는 그 퇴장장면이 정말 끝장나게 귀여웠습니다. 심지어 자기 부르는 프로스페로를 무시하고 기어올라가는 에이리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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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반도 원래 희곡에 나오는 멍청한 악당을 보며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귀엽더군요. 특히 마지막에 혼자 남아 캘리반은 혼자 남았나, 캘리반… 하고 희미하게 노래하는 장면은 참 안쓰럽더라구요ㅜㅜ 에이리얼이 가끔 변덕을 부려 와서 놀아주길.
friends don’t fear
The island’s full of noises
Sounds and voices
It’s the spirits…
친구들이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 섬은 온갖 소음과
소리와 목소리로 가득하지요
그건 정령들이지요.
(캘리반 2막 1장에서, 난파당한 나폴리 궁정인들을 만났을 때)
Who was here?
Have they disappeared?
Where there others?
Were we brothers?
Did we feast?
And give gifts?
Where there fires
And ships?
They were human seeming
I was dreaming
여기 누가 있었던가?
다 사라져버렸나?
다른 사람들이 있었나?
우리는 형제였던가?
우리는 함께 먹고 마셨던가?
선물도 주고?
모닥불과
배도 있었나?
그들은 인간 같아 보였는데
나는 꿈을 꾸고 있었나봐.
In the gleam of the sand
Caliban
In the hiss of the spray
In the deep of the bay
In the gulf in the swell
Caliban
눈부시게 빛나는 모래밭에서
캘리반
세차게 부서지는 물보라 속에서
깊은 바닷속에서
저 깊은 구렁 속에서, 너울 속에서
캘리반
(3막 엔딩, 메레디스 옥스의 대본을 제가 즉석에서 번역해봤습니다)
캘리반의 노래가 참 서정적이고 아릅답죠. 특히 2막 1장의 노래는 애더스가 선배인 브리튼을 의식하고 작정하고 쓴 곡 같습니다. 그 노래가 나오는 맥락이라든가 멜로디 전개가 아무리 봐도 ‘피터 그라임스’의 멧돼지 여인숙 장면에서 그라임스의 솔로와 판박이이거든요.
저는 이 오페라를 보고 있자니 배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왔던 백인 식민주의자들이 떠오르더군요. 캘리반은 아메리카 원주민이 같고요(나는 배를 타고 온 자들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 생각해서 선물도 주고 함께 먹고 마시며, 우린 친구라고, 우린 형제라고 생각했는데…그것은 다 나의 꿈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