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브리튼라는 비슷한 배경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참 분위기가 달라요.
[성녀의 유골]은 웨일즈 시골에 있는 수도원과 그 근처 시골이 배경입니다. 평생 살던 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던 시골 사람들속에서 십자군 전쟁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돌아온 캐드펠 수사의 합리적이고 회의적인 사고는 현대인이 타임 볼텍스에 떨어져 중세에 간 것처럼 이질적이에요. 하지만 캐드펠 수사는 자기 사고 방식이 자기 시절에 얼마나 이질적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감추거나 조화시킬지도 잘 알고 있을 정도로 현명합니다.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배경은 케임브리지의 수도원과 그 수도원을 둘러싼 마을입니다. 헨리 2세는 유대인들이 주요 혐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살인사건을 조사시키기 위해 이탈리아의 의사를 요청하는데, 여성의사인 아델리아가 사라센인 심부름꾼을 데리고 도착합니다ㅎㅎ 소설에서는 이 무렵 잉글랜드도 생각보다는 교류가 많은 동네였다고 능청을 떱니다. 아델리나는 필요한 경우에는 내가 아니라 (남자인)사라센인 만수르가 이탈리아에서 온 의사라며 분위기를 맞추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두 소설의 이런 차이는 역시 공동체 구성원들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슈르즈베리 수도원과 시골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아델리아가 있는 케임브리지에는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여럿 있고, 왕과 귀족과 고위 성직자들이란 어쨌든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두 소설 모두에서 범죄는 수도원에서 기인해요. 중세적인 권력을 지키려는 광신적인 탐욕이 비판적으로 그려지고 있죠. [성녀의 유골]에서는 수도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온갖 권력을 동원해 시골 마을 성녀의 유골을 빼앗아 오려는 음모!에서 사건이 시작되고 있고,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에서는 이제 새로 등장하는 왕권에 비해 교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무능력하고 억압적인 교회를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집니다.
[역사와 이성과 진리의 견지에서 본다면, 수도원 제도는 유해한 것이라고 한다. 한 나라 안에 수도원이 많이 있을 때에는, 수도원은 교통의 방해물이 되고, 건물은 덧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노동의 중심이어야 할 곳에 게으름의 중심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커다란 사회 공동체 안에 수도원 단체가 있는 것은 떡갈나무에 잠김 기생목이나 사람 몸에 돋아난 사마귀와도 같다. 그것이 번영하고 살이 찔수록 나라는 쇠약해진다. 수도원 제도는 문명의 초기에 있어서는 유익하고, 정신적인 것에 의하여 수성을 길들이는 데는 소용이 되지만, 민중의 씩씩한 활력을 북돋우는 데에는 유해하다. 게다가 이 제도가 이완되어 퇴폐기에 들어갈 적에는, 그래도 여전히 그것이 본보기 행세를 하게 되므로, 그 순결하던 시대에 유익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유해한 것이 되는 것이다. – 위고,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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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도 굉장한 인기이기는 합니다. 97년에 처음 책이 나왔는데 아직도 계속 나오고 있으니까요. 다른 추리소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캐드펠 수사에게 매력을 느껴야 시리즈를 마저 읽을텐데… 뭐 이래 완벽한 남자가 다 있나, 이런 생각에 [성녀의 유골]에서는 큰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구요. 그래도 나름 재밌게 읽었으니 2년만에(…) 독후감을 쓴 기념으로 두번째 책도 읽어볼까 합니다.
아델리아는 정말정말 귀엽고 똘똘하게 예쁘기까지 한데ㅠㅠ 시리즈도 3권밖에 안 되는데 마지막 편이 아직 번역이 안 되었습니다.
음, 캐드펠 수도사 시리즈 도서관에서 꽂혀 있는 것만 봤는데 손은 가지 않더라고요.
캐드펠 수도사가 너무 현대인 같은 것이 흠이라고 제 친구도 그렇게 말해서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이 됩니다. 하긴 그러고 보면 바스커빌의 윌리엄 수도사도 사고 방식이 꽤나 현대적이었지만 그래도 전 윌리엄 수도사 정도면 중세에 저런 지식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 수긍하는 편이에요. 캐드펠은 윌리엄보다 더 현대적인가요 아니면 비슷비슷한가요?
데렉 자코비(제이코비?)가 캐드펠 수도사로 나오는 TV 시리즈를 예전에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해줄 때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재미 있었죠. 그게 근 10년 전일 거예요. 그때 히스토리 채널에서 시대물 영드(란 표현도 없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를 많이 보여줬는데 그라나다 홈즈 시리즈도 거기서 처음 접했어요. 딱히 챙겨보진 않고 채널 돌리다가 걸리면 우연히 보는 정도였는데 그때만 해도 내가 이리 될 줄은 몰랐지…이런 개전의 정이 없는 홈즈 중독자가 될 줄은 몰랐지…쩝;;
여기 블로그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네요?
궁금한데 여기 블로그에 쓰는 글도 트위터에 올리나요? 트위터에 이 글 주소를 올리는 식으로?
며칠 전까지 전 트위터는 오로지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아, 캐드펠은 정말 현대적이군요.
이슬람 문화를 접하고 돌아온 다원주의자까지는 이해 가능한데(중세 시대에 의외로 문화상대주의자[?]들이 꽤 많았습니다) 무신론자는 받아들이기 힘들군요.
중세는커녕 근대 초기까지는 유럽에서 진정한 무신론자, 신앙이 없는 사람이 가능한가를 두고 역사가들이 논쟁을 한 걸 생각하면 – 우리로서는 범신론까지는 가능해도 무신론은 힘들다가 결론이었습니다 – 중세 무신론자는 넘 파격적이네요.
트위터는 아직 제게는 시기상조;;
말이 많아서 140자씩 끊어서 쓸 자신도 없고 새로운 매체에 하나씩 가입할 때마다 이거 할 시간에 책 한 자리 더 읽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하니(문제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만 하고 읽지는 않음;;) 그래도 어쨌든 컴퓨터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해볼게요.
저도 셜록 홈즈는 초딩 때부터 좋아하긴 했어요, 지금 같은 중증 수준은 아니어서 그렇지. 어렸을 때나 커서나 최고의 탐정이라면 아무렴 홈즈라고 생각했죠.
저의 본격 셜로키언 입문 이야기는 블로그 썼으니 더 긴 이야기는 여기로~
http://blog.naver.com/kaestner/60048157666
음, 아 그러고 보니 히스토리 채널은 그라나다 판이 아닌 다른 영드로 저에게 본격 셜로키언 입문의 계기를 마련해주었죠.
이 이야기는 저 링크 포스트의 후속편
http://blog.naver.com/kaestner/60052017712
보통은 홈즈로 시작해 코난 도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대부분의 홈지언들과 달리 저는 처음부터 홈즈와 코난 도일을 동시에 본격적으로 파게 된 다소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캐드펠은 1권이 제일 재미가 덜했어요. 연대기로는 성녀의 유골이 처음인데 작가가 쓰기는 2권부터 썼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휴 버링가도 첫등장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