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odus: Gods and Kings (2014)

엑소더스는 리들리 스콧의 영화들 중에서 굉장히 개인적인 느낌을 줍니다. 엔딩 크레딧에 토니 스콧 감독에 대한 헌사가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토니 스콧 감독의 부고를 들은 것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카운슬러를 촬영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 후에 공개된 카운슬러에는 동생에 대한 추모사는 없어서, 영화에 추모사를 넣는 방식으로 동생을 추모하지는 않나 보다 했어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출애굽과 모세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 대항하는 공화주의적인 민족주의자 모세에 대한 이야기를 예상했습니다. 기독교적인 신은 없고 열 가지 재앙에 대해서도 영화 안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그리고 영화는 어느 정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모세는 이집트에 대해 민족주의적인 반란을 준비하고, 모세가 그 전에 겪은 신비한 체험은 지나간 에피소드가 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무장반란을 시도하고 있던 모세에게 신(혹은 천사)가 나타나고(하지만 신과 얘기하고 있는 모세를 보는 여호수아에게 신은 보이지 않죠.) 이집트에는 자연재해가 닥칩니다. 이집트인들은 자연재해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이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이스라엘인들은 희망과 불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중에 권능이 인간의 모든 노력과 애환을 무위로 돌리듯이 열 번째 재앙이 덮쳐듭니다.

이 구도는 뒤에서도 반복됩니다. 이스라엘 인들을 보내준 람세스는 분을 못 이겨 뒤쫓아가며 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키고, 수많은 사람을 거느린 채 바다를 건널 길을 찾아 헤매던 모세와 마주칩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마침내 대결을 벌일 것인가 싶지만 파도는 묻지 않고 두 사람을 삼켜 버립니다.

이후의 여정은 거의 생략된 후, 나이가 들어 수레에 실린 채 계약의 궤를 어루만지며 이스라엘 인들과 방랑하고 있던 모세는 수레 밖에서 지나치듯 신을 보고, 모세가 젊을 적에 의견 차이로 자주 찌푸린 얼굴만 보여주던 신은 모세에게 그리고 모세의 지난한 여정을 긍정하듯 미소를 보내고 모세는 편안한 얼굴이 되죠. 그리고 엔딩과 토니 스콧에게 보내는 추모사. 한글 자막이 하필 ‘토니 스콧에게 바친다’로 되어 있어서 더 개인적인 느낌이 들어요.

기억에 남는 대사가 둘 있습니다. 람세스가 아들을 재울 때면 해 주던 말, 그리고 결국 아들을 입관하며 하는 말. “네가 잘 자는 건 사랑받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모세와 십보라가 결혼 서약때 나눈 말, 둘은 “내가 아는 당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내가 모르는 당신의 모습은 믿겠다.”고 서약하죠. 람세스의 대사가 가슴 아픈 복선이듯, 결혼서약도 나중에 모세가 40만명의 모르는 친척을 데리고 오는 복선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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