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계곡

부제: 귀여운 홈즈

“내 생각에는-”
말을 시작하자마자 셜록 홈즈가 끼어들었다.
“생각은 내가 해야겠어.”
“I am inclined to think-” said I.
“I should do so.” Sherlock Holmes remarked impatiently.


어떤가, 왓슨! 순수한 추리력과 그 결실을 어떻게 생각하나? 식료품점에서 월계관을 판다면 빌리를 시켜서 사 오라고 하고 싶군. 내 머리에 쓰게 말야.
There, Watson! What do you think of pure reaon and its fruit? If the greengrocer had such a thing as a laurel wreath, I should send Billy round for it.

//귀여워 쥬금ㅋ

그는 입에 잔뜩 넣고 앉아서 장난기 어린 눈을 반짝이며 내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식욕이 왕성한 것으로 봐서 수사가 잘 진척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것은 어떤 난관에 부닥치면 홈즈는 식사를 입에도 대지 않고 밤낮으로 머리를 싸매고 초조해 했기 때문이다.
// 귀여워 쥬금

왓슨,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여성을 찬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지. 남편이 죽은 지 몇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남자의 속삭임을 듣고 웃는 여자, 그 여자가 과연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만일 내가 결혼한다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남편의 시체가 있는데도 가정부의 부축을 받고 돌아가는, 그런 일이 없도록 아내에게 사랑을 쏟고 싶네.

// 또다시 귀여워 쥬금

나는 서재에 앉아서 그 분위기가 어떤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지 지켜볼 거야. 나는 각 장소의 수호신을 믿는 사람이야. 웃고 있군, 왓슨. 두고 봐.
// 내가 왓슨이라도 웃었을 것 같다. 귀여워 쥬금

+ 이런 거 하려고 표시하면서 책을 읽어요-ㅂ-
+ 지난 번에 읽기 전에 인터넷에서 ‘귀여워 쥬금’이라는 말을 배웠는데-ㅂ- 읽으면서 어찌나 자주 떠오르던지요ㅎㅎ

This Post Has 4 Comments

  1. 캐스트너

    이거 은희님이 번역한 거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역서죠?

    “I should do so….:”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감이야’, ‘”그래, 자네 생각이 맞을 거야.’ 정도로 번역해야 합니다.

    “월계관이란 걸/월계관 같은 걸 판다면 빌리를 시켜서 사오라고 하는 건데…” (원문은 ‘laurel wreath’가 아니라 ‘such a thing as a laurel wreath’)

    “내 머리에 쓰게 말야.”는 군더더기이므로 삭제.

    “나는 서재에 앉아서…… 나는 각 장소의 수호신을……” -> “……서재에 앉아서 지켜보려고. 나는 장소의 수호신을 믿는 사람이거든.”
    (‘나는’, ‘나는’이 두 번 들어갑니다. 영어 문장에 꼬박꼬박 ‘I’가 들어간다고 그걸 다 번역할 필요는 없지요. 전형적인 직역투).

    장소의 수호신: 라틴어 표현 genius loci를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로 spirit of a place라고 번역할 수 있지요. 옛날 로마에서는 특정 장소에 그곳을 지켜주는 정령, 영혼, 수호신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그것을 ‘genius loci’라고 불렀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애니미즘적 뜻이 퇴색하면서 막연하게 어떤 장소만의 독특한 분위기, 기운, 느낌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앞 문장과의 문맥을 고려해볼 때 홈즈도 수호신의 존재를 믿는다기보다는 어떤 장소의 독특한 분위기라는 것을 믿는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황금가지책인가 시간과 공간사 책인가 그렇습니다. 여전히 출처 표시하는데 게으르군요ㅎ

    “I should do so….” : 하지만 그렇게 번역하면 너무 평범해서 귀엽지 않잖아요ㅜㅜ
    “내 머리에 쓰게 말야.” : 이건 월계관를 머리에 쓰는 거라는 걸 모를 수도 있는 독자들을 위한 역자의 친절일까 아님 저처럼 홈즈가 월계관을 쓴 모습이 하릴없이 떠올라서 덧붙인걸까 생각했는데… 암튼 이걸 빼면 귀여움이 줄어들잖아요ㅜㅜ
    You smile, Friend Watson. : 괜찮아요. 이건 이 문장으로 충분히 귀엽습니다.

  2. 캐스트너

    다른 문장은 번역어 선택의 차이, 번역 태도의 차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문장 ‘생각은 내가 해야겠어’는 그냥 명백한 오역이지요. 이건 ‘평범’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은희님의 흥을 깨트려 죄송합니다만 ‘귀여워 쥬글’ 거 같은 홈즈의 그 대사는 번역가가 ‘창작’한 대사일 뿐 홈즈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황금가지는 아니에요. 황가판인가 해서 제가 네이버책에서 본문검색해봤거든요.
    그럼 시간과공간사의 정태원 씨 번역이겠군요. 흠…

    네, 꽤 재밌는 부분이라 제가 오역에 관대했습니다.

    덧붙이자면 소설 번역이니까, 왓슨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렇게 말을 잘라먹는 것이니 ‘비범한’ 의역으로 봐 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비범이었어요ㅎ

  3. oz

    아항. 이것을 하시려고ㅋㅋ

    네ㅎㅎ

  4. 캐스트너

    원작에서 왓슨이 “내 생각에는 말이지”라고 말을 꺼내자
    홈즈가 뒷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그래, 자네 말이 맞을 거야.”라고 대꾸합니다.
    제대로 번역해도 홈즈가 조급하게 왓슨의 말을 잘라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왜 번역자의 오역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오역을 ‘비범한 의역’이라고 표현하신 것은 은희님의 점잖은 ‘완곡어법’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는 소설 번역이라면 더욱이 작가의 문체를 존중하고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내 머리에 쓰게 말야’ 같이 번역자가 마음대로 첨가하는 관행 같은 것도 싫어합니다.
    위에서는 지적만 하고 넘어가고 길게 설명하지 않은 월계관 부분 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월계관을 판다면’과 ‘월계관이란 걸 판다면’ 표현 간의 어감 차이는 과장하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후자는 홈즈가 이따금 젠 체하는pedantic 말투, 객관적인 척하는 말투를 구사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런 사소한 한마디에서도 캐릭터의 일면이 드러나는 거지요.
    such a thing as a laurel wreath를 그냥 월계관으로 번역한 것은 그냥 뜻만 통하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게으른 번역, 깊이 생각하지 않은 번역의 전형적 실례입니다.

    은희님이 의 홈즈의 모습에서 귀여움을 느끼시는 것은 물론 충분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 그 작품에서 홈즈가 왓슨과 노닥거리는 유희적인 면모(playful character)가 두드러진다고 느낍니다. 다만 정전의 열렬한 애독자로서 왓슨의 문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보이는 현실에 발끈(?)해서 길게 써봤네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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