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그림자 게임

전 1편보다 재미있었어요.
아무래도 두번째 보다보니 어느 부분이 나의 홈즈와 다른지 찾아내겠다 이글이글 상태에서는 벗어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이 셜록 홈즈 영화’ 수준에서 즐길 수 있었어요.
모리어티 교수, 마이크로프트도 등장하고 대결 구도가 마지막 문제대로 흘러가니까 좀 더 안정감이 있는 것 같고요. 1편의 영국 의회 쿠데타 음모론은 음…;;
격투 장면이 세번 정도 되는데 좀 길다 싶기는 해요. 뭘 그렇게 길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격투의 구도를 미리 생각하는 장면은 처음 봤을 때는 재밌었는데, 두번 세번 반복되니까 좀 지나친 느낌이 들던걸요. 1편에서는 홈즈가 짠 구도대로 싸움이 진행된다면 심바의 방에서는 중간에 외부에 의해 방해받고,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에서는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모리어티 교수의 구도와 교차하는 식으로 변주되긴 하지만, 그렇게 계속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던데요. 군수공장에서 도망가는 장면도 너무 길고요. 너무 길어지다보니 자기네 인원들도 투입되어 추격하고 있는 숲에 저렇게 마구 포탄을 쏴대도 되나 역시나 주요인물들을 다쳐도 살아남지만 엑스트라들은 죽는구나 왓슨은 참 잘 달리네 홈즈도 참 달리네 이런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서 들어내기 아까웠나-ㅂ-;;

셜록 홈즈와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오랫만에 만나서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티격태격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 참 재밌었어요. 마지막 격투 전에 모리어티 교수랑 말로 체스 두는 장면도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주고받는 장면이 좋더라구요.

홈즈의 변장은 거의 농담처럼 쓰이더군요. 여장 장면은 트레일러에서들 보셨겠지만, 다른 변장 장면에서도 여기 변장한 셜록 홈즈가 있습니다, 하는 농담처럼 보여요.
근래의 영상들에서는 변장을 진지한 소재로 쓰기 힘들긴 한가 봐요. BBC 드라마 셜록에서도 변장 장면은 없고 말투나 태도를 바꿔서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식으로 처리하죠.

* 임박한 전쟁을 한 개인의 제거로 혹은 한 개인의 희생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영화가 시작될 때 왓슨의 나레이션으로 유럽 정세는 매우 복잡했지만 셜록 홈즈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홈즈의 견해는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영화는 국제 시장을 노리고 미국에서 만든 영화답게 모리어티의 위험은 런던의 범죄조직이 아니라 거대한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요. 홈즈는 모리어티를 저지해요. 알고보니 반전평화운동의 시초라는…() 이런 움직임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너무 손쉽게 다루는 것 아닌가 싶어요. 모리어티가 그냥 ‘미친 과학자’가 된 것 같잖아요.
홈즈는 임박한 전쟁을 맞아야 하는 조국을 위해 몇년을 들여 첩보 활동을 한 인물이죠. 기사 작위는 거절했지만 거실에 사격연습삼아 V.R.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여왕에게 받은 기념품을 소중히 합니다. 반면에 현대에서 ‘애국자’라는 포지션은 촌스럽게 느껴지죠. 영화에는 왕실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 나오고, 드라마의 셜록은 국가적인 중대사를 의뢰하는 형의 말에 코웃음치고 벽에 V.R.대신 스마일 마크를 새깁니다.

** 마이크로프트가 홈즈를 부를 때는 거의 ‘셜리’처럼 들리던걸요. BBC 드라마 셜록에서 너도나도 셜록이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어쩐지 제가 부끄러웠습니다/ㅅ/ 너무 좋아서요. 꺅

+ 2.6 추가

This Post Has 7 Comments

  1. 캐스트너

    (제 블로그에도 쓰긴 했는데) 저는 이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치고-그것도 전형적인 오락모험영화치고는-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너무 손쉽게 다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리아티도 말하잖아요. 사실은 회의장의 위정자들도 다들 전쟁을 바란다고요. 그들은 개전을 위한 핑곗거리가 필요한 거라고요. 그러한 설명은 1차대전의 발발 원인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적어도 전쟁의 원인을 개인의 음모로 환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1차대전 직전 유럽의 군국주의와 호전성에 대해서 환기하죠. 그런 문화(국가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언제든 고려가능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하이-폴리틱스 차원만이 아니라 대중 의식 저변에도 깔려 있었다는 의미입니다)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1914년 8월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던 것입니다.
    홈즈는 ‘죽기’ 전에 지금 자신이 모리아티는 저지하지만 결코 전쟁을 저지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19세기 낙관주의와 합리주의로 무장한 정전의 홈즈와는 다른 전형적인 21세기 비관주의 홈즈죠.

    사실, 이런 식으로 음모론과 전쟁을 연결하는 것은 이 장르, 빅토리아 스팀펑크 장르에서는 하나의 관습입니다(리그 오브 엑스트라 오디네어 젠틀멘만 봐도 알 수 있죠). 이 영화에 모티브를 제공한 7퍼센트 용액 후반부도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식으로 1차대전 직전의 가상 역사를 다루는 스팀펑크물에서는 이번 회에서 악당의 전쟁 기도 음모를 저지하기는 하나, 그것이 궁극적으로 전쟁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을, 계속 유예할 뿐이라는 인상을 주죠.

    모리아티는 프랑켄슈타인부터 시작되는 오랜 계보(경우에 따라서는 존 디 박사나 파라켈수스 같은 전설적 인물들로까지 계보를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습니다만)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하죠. 모리아티가 괴상한 장치(contraption)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정전에 없지만 일종의 악당 과학자라는 상징적 위치만으로도요. 물론 저는 모리아티에게 굳이 꼬리표를 붙여주자면 매드 사이언티스트보다는 배드 프로페서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코난 도일이 창조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에 가까운 캐릭터는 차라리 챌린저 교수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모리아티를 Bad Prof. 챌린저를 Mad Prof.라는 별명으로 부른답니다^^)

    저도 머릿속 격투 시뮬레이션이 좀 물리더군요. 1편에서 처음 봤을 때 꽤 신선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2편만 와도 금세 물려요(3편에서는 새로운 걸 들고 나와야 할 듯…) 그래도 모리아티와의 격투 시뮬레이션은 적어도 정전의 대사(“내가 해야할 말은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요?” “그럼 제 대답도 이미 아실 것 같군요.”)에 대한 가이 리치식 시각적 오마주라고 좋게 생각해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두 사람이 서로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본다는 것은 정전에서도 몇 차례 언급되죠).

    아 네, 저도 이 영화가 모리어티의 반대편에 홈즈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전쟁을 바라거나 무력하게 방치하는 위정자들을 비추는 점은 참 세련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장치나 대사가 약간 있는 것과 별개로 영화의 구도는 전쟁을 획책하는 모리어티와 그것을 저지하는 홈즈의 구도로 짜여져 있으니까요. 오락모험영화에서 이 이상을 바라는 건 당연히 무리라는 것 알지만 이런 구도를 보면 투덜거리게 되네요. 관습적인 구도에 관습적으로 투덜거린다고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ㅎㅎ
    사실 홈즈 개인으로서는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여지는 없겠지만요.

    오호 배드 프로페서 좋네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 정도로 가볍게 쓴 거라서요. 도일경이 공포의 계곡에서 그런 것처럼, 나중에라도 모리어티 교수에게 살을 더 붙여 주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랬으면 뭔가 괴상한 장치도 만들었을까요?ㅎㅎ 모리어티와의 격투 시뮬레이션은 여러 번 본거라 물린다고 말하기 약간 미안했을 정도로 좋긴 했어요^^

  2. 캐스트너

    p.s. 오타 수정 엑스트타->엑스트라 (이 워드프레스 블로그는 댓글 수정이 안 되는 게 은근히 귀찮군요)

    전 7퍼센트 용액 후반부에서 빌헬름 2세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전쟁 위협과 연결하는 프로이트의 해석 같은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조야한’ 설명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 영화나 7퍼센트나 진지한 역사 해석을 의도하는 책이 아니니까 당연히 이해해 줄 수는 있어요.

    은근히 귀찮은 블로그라 송구합니다;; 오타는 제가 수정할께요.

    그죠, 그런 식의 조야한 설명은 널리고 널렸는데, 영화의 구도에 대해 굳이 투덜거린 건 역시 관습적인 거라고 봐주세요ㅎㅎ 그리고보니 7퍼센트 용액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써야 하는데요;;

  3. 캐스트너

    p.p.s. Re: 미치광이 과학자->이 표현은 여러가지 맥락에서 쓰일 수 있는데 1) 과학자로서의 능력을 옳지 못하게 쓰는 인물(e.g. 파우스트?) . 2) 그래서 그러한 과학자로서의 능력 때문에 스스로 파멸하는 인물(e.g. 제킬 박사나 프랑켄슈타인 박사), 3) 세계정복이라는 황당한 계획을 추구하는 과학자(여러 SF영화나 드라마들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과학자 캐릭터) 4) 넓게는 그냥 과학자이면서 악당인 인물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정전의 모리아티도 미치광이 과학자 계보에 넣어줄 수 있다고 말할 때는 4)의 넓은 의미로 쓴 것입니다(정전에서 모리아티가 천문학자겸 수학자이긴 하지만 실제 그의 과학자로서의 능력이 범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죠.)

    영화 에서 모리아티도 마찬가지로 4번이에요. 그는 1~3에 전혀 해당하지 않습니다. 미치광이 과학자보다는 오히려 20세기 죽음의 상인들(Merchants of Death), 즉 냉혈하고 현실적인 군수업자입니다. ‘어차피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그걸 이용해 돈좀 벌겠다고 하는 게 그렇게 나빠?’ 라는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잖아요.

    제가 쓴 의미는 3,4번 정도로 볼 수 있겠어요. 드신 예처럼 정교하게 따진 것은 아닙니다만;; 모리어티 교수에게서 3번의 인상을 받은 것은 모리어티의 대사뿐만 아니라 영화의 구도가 그렇게 짜여져 있다고 생각해서 받은 것이거든요.

  4. 캐스트너

    Good God! 쓰고 나서 수정이 안 되어서 싹 지우고 다시 쓸까 했더니 이 블로그의 댓글은 그마저도 안 되는군요! 이 블로그는 원래 그런 건가요 아니면 아니면 은희님이 그렇게 설정해놓은 거예요?

    블로그가 불편해서 송구합니다.
    초기 블로그 모델들이 코멘트보다는 트랙백을 이용해서 소통을 하도록 설계되어서인지 코멘트 부분이 많이 불친절해요;; 외국에는 몇년전까지 아예 코멘트 기능이 없는 블로그도 있었습니다. 암튼 덧글 수정삭제 기능이 원래 없습니다(…) 이용자 확인을 위한 비밀번호도 안 받고 있고(…)
    말씀을 듣고 이용자가 덧글을 수정삭제할 수 있는 플러그인이 없는지 찾아봤는데 딱히 눈에 뜨이는 것이 없네요.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래도 관리자 기능은 참 좋아요^ㅁ^;; 가끔 네이버나 티스토리 접속해보면 이런 걸 어떻게 쓰지 깜짝 놀랄 정도(…) 아 네,, 변명입니다.

  5. 캐스트너

    아~ 그렇군요. 하긴 저는 말이 많아 댓글을 길게 쓰니까 앞으로는 그냥 제 블로그에 엮인글을 쓰면 문제 없겠네요(간단하게 몇 줄 코멘트한다는 게 쓰다보면 꼭 원글만큼 긴 글을 써버리네요;;). 앞으로는 댓글 기능 불편하다고 투덜거리지 않고 엮인글을 쓰겠습니다^^

    네^^

  6. 캐스트너

    엮인글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엮는 데는 실패하고 그냥 트랙백 주소 링크를 블로그 포스트 본문에 걸었어요.

    넵 읽어보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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