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님이 이 책을 주시면서 ‘홈즈가 멋지게 안 나와서 맘에 안 드실지도 몰라요’라고 하시긴 했어요.
안 그래도 이 책 이름은 계속 듣기는 했는데 볼까말까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줄거리를 찾아봤는데 단테님 우려대로 홈즈가 멋지게 안 나올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전 프로이트 싫어해요.
프로이트도 제대로 안 읽어봤으면서 싫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면 대중문화에서 프로이트를 다루는 방식이 싫다고 하죠 뭐.
대부분의 문제에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 인한 무의식의 문제’라고 대답이 너무 손쉬워 보이거든요.
이 탈근대의 시기에 홈즈만 근대적 인간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건 좀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제’ 셜록 홈즈는 흔히들 생각없이 혹은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판단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사람이거든요.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로 구성된 무의식에 지배받는 셜록 홈즈라니 그딴 거 읽고 싶지 않아… OTL
원전의 홈즈가 마약을 쬐애금 하긴 하지만 정말 쬐애금이었다구요. (여러 달 동안 매일 세번이 적다고 우기고 있음)
치료를 따로 받아야 할 정도로 약을 하는 홈즈라니 그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아… OTL
하지만 결국 읽고 있는데요. 1/3 지점입니다.
어렸을 때 홈즈를 읽을 때는, 모리어티 교수는 작가가 말하는 대로 악의 화신이자 런던의 모든 대형 범죄들 뒤의 보이지 않는 손이자 범죄계의 나폴레옹 기타 격투기의 달인(;)이라든가 이런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만,
좀 커서 읽어보니 이번 편에서 홈즈는 죽여야겠고 그렇다고 시시하게 죽일 수는 없겠고 그래서 결국 거물 범죄자와 싸우다 그 거물 범죄자를 없애기 위한 숭고한 희생양이 되는 홈즈를 만들기 위한 인물이라는 의심이 팍팍 들더라구요. 마이크로프트의 등장처럼 모리어티의 등장도 참으로 난데없고, 참으로 난데없지만 존재감은 굉장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모리어티가 난데없이 등장하고 이 사람 정말 범죄계의 거물이 맞나 싶은 의심이 드는 건 홈즈 탓이 아니라고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저도 그런 생각해요. 포스트-프로이디안 시대에 홈즈만큼은 계속 철저하게 근대적인 인간으로 남아주길 바라죠. (그런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홈지언들도 많이들 그렇게 느끼는 거 같더군요)
홈즈만이 아니라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롱 존 실버와 짐, 걸리버, 삼총사와 달타냥, 몬테 크리스토 백작…어렸을 때 제 우상들은 프로이트를 비롯한 현대 리터러리 크리티시즘의 비평 도구로 클리니컬하게 해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독특한 매력은 설명되지 않아야 매력적인 거죠. 저런 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진부해져요.
그래도 전 ’7퍼센트 용액’은 아주 재미나게 읽었어요. 예전에 블로그에 다른 홈즈 파스티쉬 서평 쓰면서 곁다리로 슬쩍 언급한 적이 있는데 메이어가 ’7퍼센트 용액’에서 홈즈를 다루는 방식은 문학적 농담의 방식거든요. 소설 중간에 홈즈와 왓슨이 태연하게 ‘저작 대리인[아서 코난 도일]’을 언급하잖아요? ‘지금 우리(작가+독자)는 셜로키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신호죠. 셜로키언 게임의 틀 안에서라면 홈즈가 마약쟁이 과대망상증 환자로 희화화되더라도 상관없어요. 그건 결국엔 농담이거든요. 200쪽에 걸쳐 쓴 소설 형태이긴 하지만 ‘홈즈의 진짜 정체는 빅토리아 여왕이다’나 ‘왓슨은 결혼을 여든 번 했다’ 같은 셜로키언 농담과 같은 류죠. 메이어와 홈즈의 코카인 습관을 진지하게 다룬 이후에 나온 파스티쉬들 간의 차이는 그거예요. 메이어는 자신이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작가들은 자기가 쓰는 글이 100% 진지하다고 굳게 믿는다는 거죠.
어~ 댓글을 남기고 보니 댓글 두 번째 문단에서 첫 문장에서 목적어가 빠졌어요. 이상하네요.
‘그래도 전 ‘7퍼센트 용액’은 아주 재미나게 읽었어요.’라고 썼어요.
여기 블로그에서 댓글을 수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