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 윌리엄 보이드
앞표지에는 제호도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아프리카 어린이의 얼굴, 좀 촌스러운 색깔의 파란 책등과 뒷표지, 그리고 뒷표지에 써 있는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딱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딱 두 가지, 섹스와 맥주’
글고 뭣보다 쌌어요=ㅂ= 두권짜리 책인데 헌책방에서 두 권 이천원=ㅂ= (…)
아 저두 스포일러없이 책 얘기 하는 법 좀 배워야 할 텐데요.
원제는 A Good Man in Africa인데 주인공이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 단어에요. 자기는 무척 선량하고 능력있는 사람인데 운이 안 좋아서 아프리카 오지, 킨자니아의 공관으로 떨어져버렸고 주위 사람들은 자기를 만만하게 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기 일만 참 안 풀린다고 생각하고요. 첫 인상부터 별로 안 좋지 않습니까.
암튼 이렇게 사랑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주인공도 참 오랫만이었어요. 아님 처음인가-_-a 명색이 외교관인데 자기가 부임해 있는 킨자니아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킨자니아의 선거를 앞두고 공관에서 모국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하니 하는 일이 신문 스크랩… OTL 게다가 비밀로 하고 현지인 정부를 두고 있고 상사의 딸과 연애하려고 애쓰는 한편 야당 당수의 아내와 불륜까지 맺더군요. 게다가 이 일들도 다들 상황에 밀려서 얼렁뚱땅 되고 있어요. 자기도 현지인 정부를 두고 거들먹거려봐야 할 것 같고 상사의 딸과 연애해서 신분 상승도 해야 할 것 같고 상대가 약하게 나오는 것 같으면 자기 서기관이라고 막 내세우고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금새 꼬리내리고 엉거주춤하고 백인 사회만 사회고 현지인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존재들이고 아 설마 끝까지 이럴려나 그런 건 아니겠지 OTL 하면서 꾸역꾸역 읽고 있는데 급기야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킨자니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야당 당수의 아내와 엉겁결에 불륜 관계가 된 후 문제의 야당 당수에게 걸려서 사무관 자리에서 잘리지만 않으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주인공에게 야당 당수는 자기 땅을 파는데-_- 불리한 공중위생 보고서를 제출할 대학 병원 의사를 포섭하라는 지시를 내리죠. 하지만 포섭에도 영 재능이 없는 주인공에 비해 의사는 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성병에 걸려, 하필 진료받아야 하는 의사가 이 사람이고, 성병에 걸린 덕분에 상사의 딸과는 관계가 끝장나고, 급기야 공관에서 하녀로 일하던 사람이 벼락을 맞아 죽어요(…) 일하는 사람들은 굿을 해서 저주를 풀기 전까지는 절대로 시신에 손 댈 수 없다며 완강하고, 돈은 안 쓰고 어떻게든 빨리 이 시신을 치우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시신은 공관 앞에 천 한 장을 덮어쓴 채 방치됩니다. 눈엣가시같은 의사는 포섭도 안 되고 같이 성병에 걸린 현지인 정부에 대해서는 현지인은 자기네 병원 소관이 아니라는 원칙을 들어 거절해서 곤란하게 하더니 역시나 현지인 시신을 처리하는 건 자기네 병원 소관이 아니라고 거절합니다. 아 이쯤 되면 주인공이 당하는 게 막 쌤통이고ㅋ
킨자니아에 쿠데타가 일어난 운명의 밤, 의사 머레이가 주인공 모건의 수뢰를 거부해서 모건은 결국 사직을 코앞에 두고 있고, 그런 모건에게 불륜 관계였던 셀리나는 비자를 받기 위해 모건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밝히죠. 그 무렵 성난 군중이 판무관을 내놓으라고 공관을 둘러쌉니다. 플롯이 모건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고 전개되기 때문에 킨자니아의 상황을 잘 알 수는 없지만, 현지인들은 모건의 고국이 자기네 나라에 간섭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그러면서도 모건의 고국을 이용하려고 하는 야당에 지지를 보냅니다. 군부는 그 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도저히 어디로도 도망갈 수도 빠져나갈 수도 없는 막다른 상황을 맞닥뜨리고서야 이넘이 언제까지 이렇게 밉살스러운가 보자며 꾸역꾸역 읽고 있던 저의 기다림은 보상을 받았어요.
모건은 머레이에게 거절당하고, 하녀 이노슨스의 시신을 치우려고 직접 덤벼들고 결국 돈을 들여 장례를 예약하고, 자기가 판무관 차를 타고 군중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일을 자처하고, 결국 성공합니다. 직접 맞닥뜨리는 걸 보여줌으로서 아주 약간은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요.
하지만 결국 끝까지 모건이 아프리카에 대해 이방인인 것처럼, 여성에 대해서도 끝까지 혐오자에요. 자기 앞의 일에 대해 그런 것처럼 언젠가는 아프리카에, 여성에게 직접 들이대고 고민하며 다가설지, 아니면 인생이 주로 그렇듯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주로 밉살스럽게 살아갈지 모르겠어요.ㅋ
하긴 대부분의 남성작가들은 여성혐오자지요. 종종 여성작가들도 그런 것 같아요. 조금 슬프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