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스콧 스미스
마당깊은 집/김원일
대열차강도/마이클 클라이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우주로부터의의 귀환/다치바나 다카시
죽은 자가 무슨 말을/필립 K. 딕
* 스포일러 있습니다^-^
폐허/스콧 스미스
그 마야인들은 그 덩굴이 다른 곳으로 번식해 나갈 수 없도록 넓은 공터에 소금을 뿌리고 희생을 막기 위해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가 일단 식물과 접촉하면 그 언덕을 벗아날 수 없도록 지킨다는 설정인 듯 한데; 식물의 번식이 공터로 차단 정도로 차단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그 정도면 불질러서 없애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사람 외에 다른 큰 야생동물, 즉 자력으로 덩굴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 동물의 접근은 어떻게 지키고 있었는지 의문이고, 마지막 생존자가 언덕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 사람이 마지막 생존자인 것을 언덕 아래에서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이고. 누군가 언덕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들 둘러서서 지키느라 생업에 종사할 시간이 없어서 좀 먹고 살기 힘들겠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을 분위기가 음울한 것이 다 이유가 있었어요;;;
문제의 식물에게 악의와 지능을 부여했는데 무심한 식물 그대로 두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편이 더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후반에 접어들어 식물이 악의와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 왜 첫날 밤 모두 질식사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잖아요. 그간 많은 동물을 먹이로 삼아와 경험이 풍부;했을 텐데 말이지요. 게다가 살아있는 사람이 몸부림치는 것은 당해내지 못하는 연약한 모습이 보였다가 먹이;를 잡아챌 때는 사람이 아무리 막아도 몸씨름에서 이기고 잡아채 가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네도 개체차가 있는 걸까요; 혹은 페이지수를 늘려주기 위한 식물의 배려일까요.
제목이 폐허인데 폐허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좀 이상하고요. 덩굴이라든지 밀림이라고 하면 스포일러 제목이 될 것 같아서일까요. 암튼 고고학팀이 찾아나서서 천막까지 치고 찾아볼 만한 폐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폐허로 가는 길에 누군가 우연히 언덕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마야인들에게 쫓겨서 올라가 천막을 쳤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폐허라는 제목과는 안 어울리죠.
게다가 전 팀은 오롯이 언덕 아래에 숨져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고요. 사람 시체도 언덕 아래에서 언덕 위로 올리는 힘이 있는 식물인데요.
일행의 추측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함정으로 삼기 위해 구덩이와 내려가는 줄을 그대로 두었다는 해석도 좀 의아했습니다. 그냥 그 언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함정이 아닌가요. 그 안에 함정을 따로 또 남겨둘 것 까지야. 식물이 독자들의 두려움과 일행의 곤경도(…)을 배가시키기 위한 배려를 했다면 몰라도요.
이 책은 저 책과 비슷하다고 비교평가만을 하는 것은 책에 대한 소감으로는 좀 즉물적이지 않은지, 하는 지적을 어디선가 보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소감은 좀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스티븐 킹의 뗏목이 떠올랐습니다. 철없는 대학생들의 즉흥적인 여행, 초현실적인 생물의 등장과 공포, 고립, 일행의 분열과 대립. 그리고 마치 자멸로 보이는 결말. 이런 패턴은 많은 공포물에서 계속 써 먹은 것이고, 익숙한 패턴을 얼마나 재미있게 변형시켜서 내놓는지가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가르는 관건이겠지만요.
그리고보면 요즘 공포물 작가들은 짜증스러운 인간성을 다루는 데 이골이 나 있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사이에, 그리고 독자에게 사람에 대한 짜증이 쌓여 극으로 치달을 적에 그것을 찢어내며 공포가 등장하는 법이지요. 폐허에서는 자기 행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바라지는 않았지만 자초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며 이런 인간성이나 증흥성에 대한 응징을 정당화하지만 이것도 익숙한 패턴이에요.
네, 이렇게 구구절절 말이 많은 이유는 책이 매우 무서웠기 때문입니다.-_-;;
마당깊은 집/김원일
요즘은 굉장히 재밌다고 들은 책들이 다 재미가 없어서 이제 독서능력도 바닥이 났나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랫만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천명관이니 박민규니 김영하니 하는 요즘 작가들(김영하가 요즘 작가;;) 책들은 별로 재미가 없고 김원일 책이 재밌다니 이것도 완전 아저씨가 아닌가 하는 좌절 이모티콘을 머리에 몇 번 떠올리기는 했습니다만;;;
마당깊은 집이라는 이름이 퍽 인상적이고 어쩐지 여성적인 느낌이어서 여성 작가의 따뜻한 책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어요. 근데 마당깊은 집이라는 제목은 그저 작가가 어렸을 적 세들어 살던, 마당이 낮은 집의 별칭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김원일의, 소년이 주인공인 자전적인 작품인 만큼 전후 찢어지게 어려운 시절이 배경인, 그 중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한 가족이 나옵니다. 하긴 그래도 이 시절에 셋집이라도 한 칸 방이 있고 삼남매는 학교에 다니고 주인공은 진학도 하고, 마당깊은 집에 세들어 살던 가족들도 대개는 옛말하며 살게 되니 좀 나은 형편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혹시 아버지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암시 정도로만 끝나고요. 자전적인 소설에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작가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서사 중심이라, 이 가난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지내는지는 간접적으로 표현됩니다. 신문배달을 시키는 어머니에 대해 그리도 반감을 갖고 있는지는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알 수 있었고요.(단지 내 독해력이 떨어지는 건가;;)
대열차강도/마이클 클라이튼
끝까지 풀리지 않은 궁금한 점은, 열차에 실린 금고에 달린 자물쇠가 두 개라면, 열쇠를 가진 두 사람은 사병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금고를 열 때 자물쇠를 열기 위해 크리미아 반도까지 금고와 함께 동승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나중에 항구에서 함께 타고 가게 되는 거였던 것일까요?;;;
클라이튼이 묘사한 런던의 무시무시한 밑바닥 생활은 오웰의 빠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서도 좀 볼 수 있었습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음… 제가 좀 빡빡하게 쫓기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짜릿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불세출의 야구팀(…)과 ‘프로’라는 의미를 엮은 솜씨는 솜씨있다고 느꼈지만 솜씨가 솜씨좋다고 느껴지면 그게 정말 좋은 솜씨일까 하는 느낌도 드는 것이…()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야구’를 한다는 사람이 그렇게나 성매매를 습관적으로 했으면서 첫사랑과 아내를 거의 신성한 의미로 갖고 있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일말의 성찰도 찾아볼 수 없잖아요. 게다가 그 첫사랑을 회고하는 데서는 박일문의 냄새까지 나서 참 싫어지더군요.
우주로부터의의 귀환/다치바나 다카시
이 책 무지 재밌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우주비행사의 삶과 여정, 그리고 인터뷰(…) 뭐 이런 인터뷰북같은 느낌이 좀 나긴 했지만요. 게다가 그 우주비행사들은 다들 각기 선장의 경험과 선원의 경험은 다르다 달에서의 경험과 지구 궤도에서의 경험은 다르다 유영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도 다르다고 떠들고 있어서 좀 웃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경험이 특별했다는 얘기이기는 하겠지만요.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 우주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체액 비등이 일어나기 보다는 전부 얼어 버릴지도 모른다.
– 우주선은 약 260mmHg의 기압을 유지하여 우주 비행사가 100%의 산소를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산소비중을 낮추고 기압을 높이면 우주선의 외벽이 두꺼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훈련중 우주선에 화재가 발생하여 세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 달 착륙선은 달의 대낮과 한밤을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착륙해 오전 일찍 귀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 지구 궤도의 물체의 속도가 초속 10.9Km가 되면 가장 긴 타원형 궤도가 되어 그 끝은 달에 도달한다. 달 왕복선은 이 자동 귀환 궤도에 올라 달 가까이에서 속력을 줄여 달 궤도에 오른 후 달에 착륙한다. 달이 가장 큰 인공위성(…)이라는 말이 맞군요.
– 우주선의 시간과 비행 관제 센터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발사 후 시간’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우주 비행이 많아지게 되면 다른 기준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새턴 V 형 로켓의 1단은 600여톤의 캐로신 연료와 1400여톤의 액체 산소를 150초 동안 연소시킨다.
– 우주에서 정말 만리장성이 보였다. 심지어 전쟁시기 베트남의 기총소사의 불꽃을 봤다는 증언도 있다. 그 광원이 소총의 단일광원인지는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 초기의 우주 비행사들은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미국인의 이미지에 맞추어 선발했다. 유색 인종, 여성, 가정이 없는 사람이 선발되는 것은 후반의 일이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은 고된 훈련과 교육과정과, 이보다 고된 귀환한 후의 환영 일정(…)때문에 가정 불화를 많이 겪었다.
어려서 한 때 우주선을 좋아하던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흑 -.ㅜ 그때도 느꼈지만 우주선이란 참 대단한 물건인 거에요. 이런 우주여행이 하인라인의 세계에 나오는 것처럼 골드러시를 찾아나서는 어중이 떠중이들의 손으로 굴러가는 날이, 올까요?
미국의 기독교적인 사회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통령 취임 선서를 성서에 대고 하는 것이 논란이 되는 것도 최근의 일로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기독교적인 분위기인 줄은 몰랐습니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 비행을 마친 후 ‘하늘에 신은 없었다’고 한 멘트가 왜 그리 미국 사회에 충격이 되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최대한 무신론적인 우주 비행사의 입장이 교회는 다니지 않는다, 정도인 것을 봤을 때, 죄다 유물론자들이었을 소련의 우주 비행사들의 인터뷰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도 일더군요. 한편 이런 사람들이 아무도 우주 비행의 정서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교감을 나누지도 않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참 탁월한 인터뷰어더군요.
죽은 자가 무슨 말을/필립 K. 딕
필립 K. 딕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인데; 정말 블레이드 러너에서 보던 그 풍경 그 분위기가 물씬 나더군요. 영화에서 책 분위기가 난다고 해야겠지만요.ㅋ 다만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otz 이것도 영화랑 똑같아요… o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