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가 없는 세상

애국자가 없는 세상
권정생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테고
대포도 안 만들테고
탱크도 안 만들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
음, 한 때 난 아마 둘째 가라면 조금은 서운해 했을 민족주의자였다(…)
나도 한때는 그랬지, 하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이리저리 뻗어나가는 것이 참 재밌구나 싶어서 꺼내는 얘기다.
전쟁의 이유는 꼭 병사들이 애국심을 갖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건 권정생 선생도 알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말해본다는 것이 민족국가에서는 어찌나 신기한 일인지.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