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키우기

풍경 하나.
엄마가 멍멍이를 데리고 집에 오는 동생 마중을 나가셨습니다. 오고 있다가 엄마와 멍멍이를 발견한 동생은 반가운 마음에 쪼그리고 앉아서 팔을 벌리고 멍멍이를 부릅니다. 멍멍이는 전속력으로 동생쪽으로 뛰어가서 동생의 옆을 휙 지나쳐 멀리까지 달려갔다고 합니다.
멍멍이를 데리고 나가면 원래 그래요. 주위를 막 뛰어다니다가 주인과 너무 멀리 떨어진 것 같으면 다시 달려오곤 그러거든요.

풍경 둘.
오늘 저와 동생은 긴 소파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 각각 앉아 있었습니다. 제 무릎위에는 멍멍이가 앉아 있었고요. 동생은 소파 저쪽 끝에서 계속 멍멍이를 오라고 불렀습니다. 못 들은 척 하고 있던 멍멍이는, 동생이 끈질기게 오라고 부르고 제가 가라고 부추기자 몸을 일으키더니 돌아앉았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기숙사에 있을 때 멍멍이가 와서, 이 멍멍이가 자기를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고 심각하게 물었습니다.

이 멍멍이가 올해 열한살이에요. 잘 때는 꼭 저와 함께 자는데, 이불을 펴 놓으면 그 한가운데 다소곳하게 앉아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마치 후궁이 기다리는 처소로 들어서는 상감마마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ㅂ= (방은 좁고 이불은 싸구려인데다가 내가 펴는 거지만 암튼;) 오늘처럼 제가 늦게까지 안 자고 뭔가 하고 있는 날이면, 다른 방에 가서 자면 저도 좋고 멍멍이도 좋을 텐데 개어 놓은 이불 위에 앉아서 졸며 가끔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저에게 던지곤 합니다.
처음에 외갓집에서 받아왔는데 엄마가 아무래도 집에서 멍멍이를 키우기는 어렵겠다고 저 몰래 다른 집에 주셨는데, 그 집에서 가만히 앉아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어서 그분이 못 키우겠다고 도로 돌려주셨어요.
얘의 특기는 사람 무릎 위에 앉아서 애절하게 올려다보기입니다. 주로 저와 엄마에게만 해 주고 동생에게는 아아아주 가끔 해 주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해 주지 않아요. 그렇게 애절하게 올려다볼 때면 뭔가 말을 금방 할 것 같아요. 그래봐야 맛있는 거 주세요 라든지 등 좀 긁어 주세요 라든지, 일 것 같지만요.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이쁘장하게 생긴 사나운 멍멍이지만 집식구들에게만 굉장히 특별한 멍멍이에요. 뭐 이건 어느 집 멍멍이나 마찬가지이려나요. 그래도 우리 멍멍이는 데리고 나가면 예쁘다는 얘기 많이 듣는답니다. (이것도 보통 멍멍이들이 많이 듣는 말인 것은 알기는 하지만;;)

이 멍멍이의 엄마와 외할머니는 외갓집에 있었어요. 엄마는 외숙모께 인삼등등을 많이 받아먹어서 그런지 도무지 순종 치와와라고 생각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였는데 그만 교통사고로 세상을 일찍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몰라요. 얘네 엄마가 어느날 데이트하다 만난 동네 멍멍이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외할머니는 열여덟살까지 살다가 노환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얘의 남은 수명을 칠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엄마와 멍멍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열여덟살이 아니라 열네살에 죽었다고 하시는 거에요. 사실 그 멍멍이가 죽은 것도 벌써 몇년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어머니가 단호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열네살에 죽었나봐요. 그럼 우리 멍멍이의 남은 수명은 삼년밖에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습니다.
나중에 슬플 때는 슬프더라도 지금은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요. 우리 멍멍이의 아빠가 수명이 아주 긴 종자였기를 바래봅니다.

This Post Has 3 Comments

  1. 아기사자

    제가 이제까지 본 강아지 중 가장 오래 산 녀석은 20살쯤 된 녀석이었던 것 같아요. 노화로 각종 병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살다가 이번에 갔더니 죽었다고 해서 기분이 묘했어요.
    근데 요즘은 강아지들이 워낙에 오래사는 추세라; 아무래도 환경이 좋아지니까 그런거겠죠.^^ 심장관련문제랑 당뇨문제만 잘 관리해주시면 오래도록 같이 사실 수 있을거예요.^^ 사람음식은 되도록 먹이지 마시고, 살 안 찌게 관리하시면 대사성 질병은 거의 없구요…심장은 병원 가셨을 때 수의사선생님에게 심장 청진 좀 해달라고 하시고 여유되시면 정기검진 면에서 초음파해보시는것도 좋을 듯.^^
    저도 우리 산이랑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아직 얘는 한살도 안된 꼬맹이지만;;;)

    으음 그럴까 하지만 우리 멍멍이는 병원 가본지도 오래되었고 (지난 달에 아파서 일년만에 한번;)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사료는 절대 안 먹고 사람밥만 먹고 있는걸. 병원에 가면 사료를 먹이라고 야단을 맞기는 하지만 사료를 주면 이틀에 한번씩 새모이만큼씩만 먹어서 그냥 포기. 우리 맛있는 것 즐겁게 먹고 오래오래 살자~ (으응?)
    산이야말로 오래오래 건강하길 >ㅅ<~ 밖에서도 오래 지내는 녀석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만)광견병 예방 접종도 꼬박꼬박 하고. 이번에 닉슨님네 멍멍이가 죽었다는데 어찌나 마음이 안 좋던지. ㅠ_ㅠ

  2. 젼이

    주인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고 다시 오는 멍멍이…너무 귀여워요..ㅠ_ㅠ 그럼 전 그 애절한 눈은 바라보지 못하겠군요. ㅠ_ㅠ 동생 친구네 집 강아지가 이젠 절 일주일에 2번 들러주는 가족…쯤으로 생각하는 건지. 오늘은 갔다가 손을 장난으로 물렸는데 아픈거 있죠. 흑; 사랑은 아픈건가..() 멍멍이, 건강하게 오래살길 기도 해요..u.u

    앗 근데 멍멍이들 개끈없이 산책 데리고 나가면 다들 그래요. 막 저쪽으로 뛰어갔다가 다시 주인에게 뛰어왔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뛰어갔다가 또다시 주인에게 뛰어왔다가 그래요. 헤헤 귀엽죠. ^^ 네 젼이님은 그 애절한 눈은 보실 수 없으십니다. ^ㅁ^ 사랑은 아픈 거라지요… 저도 실은 저 버릇없는 멍멍이에게 물린 적 몇번 있습니다;; 이 얘기를 빼먹었군요!
    기도 고맙습니다. /ㅅ/

  3. 류하

    저랑 맨날 같이 자던 고양이 생각나요….ㅠㅠ 아직도 그때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다시 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겁부터 더럭 나고;; 인간보다 수명이 긴 동물을 키우면 되는 걸까나요;;;
    멍멍이 정말 하는 짓이 예쁘네요. 건강하게 오래 살길….ㅠㅠ

    류하님 함께 자던 고양이가 있으셨군요 ㅠㅠ 음 근데 인간보다 수명이 긴 동물은 내가 죽은 다음이 걱정이에요. 나이가 몇살인지 모르는 커다란 거북이를 키우고 있는데 얘가 나보다 오래 살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 유산;으로 물려줘야 하나 죽기 전에 연못에 가서 방생해야 하나 뭐 이런 걱정을;;;
    헤헤 제가 보기엔 정말 예쁜데 저희 집에 자주 왔던 사람들은 다들 싫어해요. ^ㅁ^;;; 자주 와도 절대 아는 척을 안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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