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주의에 대한 포스트(가 아니고 펌질이잖아!!)가 많아진 것은, 저두 이것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어요.
그 슬램덩크 동인관 92+7 질문과 답이지요.
근데 예전에도 한번 생각해 본 건데, 저는 질문마다 수다떨 것이 엄청 많아서 아마 하더라도 몇번 나누어서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근데 이 질문과 답을 처음 보고 와와 재밌겠다~~ 하며 읽다가 딱 걸렸던 것이 그 추가 일곱개의 질문이었습니다. 아니, 사실 앞의 다섯개는 별로 상관없는데,, 뒤의 두개의 질문이었어요.
바로 이것이에요. ;;
72. 사실 레이프 설정도 OK이다?
73. 사실 매춘 설정도 OK이다?
저는 (야오이가 아닌) 그냥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여성이 강간당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장면이 나오면 굉장히 불편해집니다. 소설이라면 대강 넘기거나, 영화라면 딴짓을 하기도 해요. 어떻게 이런저런 설명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그냥 불편해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왜 그런지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별로 고민을 해본적이 없어서인지 저 질문과 마주쳤을때 당황했습니다. 아니, 레이프 설정은 뭐고 매춘 설정은 뭐지???하구요.
후궁물어나 경국의 미희를 보면서 꺄울~ 루카와 귀여워~ 멋져~ 이러고 있을때, 즐기기 위한 레이프 설정 포르노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왔던 저는, 아니 사실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설정이 꼭 필요한 진지한 것이거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것이라도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게 생각해왔던 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ㅅ=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중심인물이거나 주변인물이거나)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죽임을 당하거나 성폭력 가해자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실은 그 두가지 방법밖에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사회에 복귀하는 방식이 없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여성은 ‘순결’을 지키게 되는 거지요. 물론 이야기에 드러나는 이 두가지 방식은 매우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그 사실을 숨기거나, 그 사실을 드러내고 ‘투사’가 되거나 (권인숙씨나 우조교//왜 그 사건이 우조교 사건인지. 신교수 성폭력 사건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성매매 여성이 되어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사회 밖에 머무르거나 사실 다양한 방식으로, 어쨌든 ‘살아가니까요.’ 이런 복잡한 지형을 깡그리 무시하고 ‘단지 즐기기 위한’ 레이프 설정 포르노는, 그래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가능하면 사회에서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 음.. 하지만 사실은 포르노에 대해 잘 모릅니다. 별로 볼 기회도 없었고, 별로 보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아는 사람들과 여성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성주의적 포르노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 것 아냐, 이런 얘기를 해 본 적은 있지만요. 저는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편하게 즐길 수 있거든요. =ㅂ= 예를 들면 패니 힐 같은 책이요. ; 음.. 그리고보면 패니 힐의 주인공은 성매매 여성이군요. 이로써 성매매 여성도 충분이 즐기는 것이다; 라는 사회적인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잘못된 여지를;; 능력을 넘어선 사고를 하다보니 말이 마구 꼬이는군요. ;;
암튼, 야오이에는 왜 이래 레이프 설정이 많은 걸까요. (무언가 잘못된 세계에 들어선 듯한;; 그러면 그냥 발을 빼면 될텐데;;; 그러지 못하고 열심히 변명거리를 고민하는 저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편협한 사람이라지요. ^^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신 것을 봤는데 그 분은 그냥 야오이를 안 보는 편을 택하셨습니다. 허걱;;;;; 전 그럴 수는 없어요. >_< ) 단지 씬을 위한 것이라면 레이프 설정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텐데요. 어떤 설정을 택하는 거야 전적으로 글쓰는 사람의 맘이지만요.
어쨌든 야오이에서 레이프설정이 마치 기억상실증이나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많은 것은, 어쨌든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루게 되는 야오이라는 장르에서 두 사람사에게 극적인 긴장과 갈등을 삽입할 수 있는 좋은 기제이기 때문이겠지요. 또 그 이상으로 kritiker님 지적대로 "남성-여성 구도에선 성폭력 문제로 다뤄질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이 자제되는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이걸 현실이라 착각하고 정말 성추행하는 인간은 없겠지?)"를 드러내기 때문일수도 있고, 샐리님의 지적대로 "그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 성정치학적 면에서도 커다란 전복적인 쾌감을 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한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오다보면 야오이를 도대체 왜 보는 걸까, 봐도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해요. (저는 ... 뻘뻘 ...) 사실 저야 슬램덩크가 댑다 좋다보니 뭔가 그 주변에 대한 얘기가 더 듣고 싶어 헤매고 헤매다 흘러흘러(뭐냐) 여기까지 오게 된 건데요. 생각해보면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신 분도 무려 일반 남성으로 추정되는 분이셨습니다. 저 슬램단구뉘우스에 '서태웅의 미스테리'라는 대단히 훌륭한 글을 (저두 루카와에 대해 그만큼 써 보는 것이 꿈♡) 쓰신 분이 '센루나 루하나'라는 것이 있다, 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래도 조금 늦게 이 세계에 발을 들였겠지요. ^^
왜 보는 것인지, 에 대해서는 kritiker님의 "야오이가 이성애자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단지 주인공들을 달리했을 뿐 이성애자들의 사랑 형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다른 말로 얘기하면 "'여성들이 원하는 사랑'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남남 연애물'"인 거겠지요. '남남 연애물'이 필요한 이유는 두 주인공 모두 같은 성이기 때문에 독자는 어느 쪽에도 자신을 자유롭게 대입해서 즐길 수 있고 ... 동시에 거리두기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샐리님) 여기에 하나 더 말하자면, 제가 위에서 말했던, '여성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포르노'에 '문화'라는 껍데기도 덧붙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야오이를 즐기는 여성들은 글을 읽고 동인지를 구매하고 글에 대해 비평하고 평가하고 자신이 직접 쓰기도 합니다. 이것은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상당相當한 지적 수준과 나름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것이고, 이렇게 걸러서 향유하는 것은 '싸구려 포르노'와 거리를 둔다고 생각해요. (후후후후 인터넷은 저에게 상당相當한 지적 수준을 부여해 주는군요. -둘 다 한문이 같기는 하지만- 사실 저 '상당相當', 종이에 연필로 쓰라고 하면 못 쓸텐데요.)
그리고 또 하나. '야오이를 즐겨도 되는 것인지' - 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일 동성애자들의 사이에 살고 있는 이성애자라면, 그런데 이성애를 단지 흥미거리로 즐기는 부류가 있다면. -사실 '저'는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따로 불쾌감을 느끼지도 않을 것 같구요. (이건 제가 좀 둔감한 인간에 속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어떤 특정한 장르가, 어떤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 오해를 낳는다거나 하면 문제가 아닐까요. 어차피 야오이가 남성 동성애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생겨난 것도 아니지만, "게이의 사랑을 이성애자의 사랑의 일부에 종속시킴으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정립시키려는 노력도 않"아 "야오이가 상당수 동성애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면. (kritiker님) 그래서 좀 고민을 했습니다. ;;;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옆길로 피해버렸습니다. 저는 어차피 성적으로 약자인 '여성'이고, 저의 오해는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죠;; 즉 저의 시선이 실제로 게이인 남성들에게 폭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에요. (그렇게 우겨봄) 반면 레즈비언 포르노를 보는 남성이 있다면 '레즈비언인 저'는 공포감을 느낄 듯 해요. '공포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느끼는 불쾌감은 앞의 경우보다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당'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군요. (썰렁) 게다가 혼자하는 추측이라 그저 우기기일수도. )
+ 이런 점에서는 사회적인 약자로 사는 것이 조금 속은 편합니다. ;; 사회적인 강자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약자에게는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점에 대해 덜 고민해도 되잖아요.;; 뭐, 사회적인 관계나 권력관계라는 것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고 맥락에 따라 해석해야 하지만, 그리고 대학까지 나온 정규직에 이성애자인 제가 사회적인 약자라고 우기기에는 뻔뻔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요.
아앗,, 저두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문제의식은 샐리님의 "제1세대 동인녀가 고하는 야오이의 역사"와 kritiker님이 쓰신 "과장님의 사랑 - 九州男兒"에서 나왔습니다. 두분 다 저보다는 훨씬 정리를 잘 하셨죠. ㅠ_ㅠ 고민은 마구 해봤는데, 역시 능력을 상회하는 사고는 하면 복잡해지기만 하는군요.
1. 두 글의 링크는 이쪽.
kritiker님이 쓰신 “과장님의 사랑 – 九州男兒”
샐리님의 “제1세대 동인녀가 고하는 야오이의 역사”
2. 그래서 결론이 뭐냐, 라고 물으신다면 …………. 허허하고 웃지요;; 즐겁게 삽시다. ;; (뭔가 글의 내용과 동떨어진 ; )
으와, 정말 잘봤습니다. 덕분에 링크해주신 두분의 글도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부렀습니다. (저도 저 우문현답 언젠간 참 해보고 싶은; 으하하) 음, 저도 요즘 왜 제가 야오이를 보는것인가.. 라는 생각을 해봐요. (…할일이 없기때문일지도 OTL ) 동성애자도 아닌내가(..우스운 생각이지요;;), 어째서 어렸을때부터(;;) 야오이란 길에 빠져 쭉 좋아하고 있는건지.. 특히 요시나가 후미님의 만화들을 요즘 다시보는데 그분의 그 ‘게이’에 대한 따스한 시선, 이런걸 좀 느끼게 되면서… 게다가 또 얼마전에 다음 메인에 기사로 떴던 요즘은 게이친구가 유행..어쩌구 그런 기사와, 거기에 달리는 악성적인 리플들과 싸움을 보면서….(;) 그런것에 대한 생각은 아직 불확실한데도 어쨌든 야오이는 좋아하는;; 나는 잘못된사람인가?! 아니 이걸 뭐라고 받아들여야하는걸까! 하고.. 역시 저도 슬램덩크가 좋아서 빠진거긴 하지만.. 지금의 저의 야오녀..로서의 사고는 그것과는 별개일때도 적용(?) 되는 모양이니… 암튼 그렇더라구요. (;) 하아 횡설수설이구만요; (엄청긴 덧글이군요 OTL ) 암튼 공감되는 내용도 많고.. 여러가지로 생각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D .. 잘읽었습니다.
PS 아참, 샐리님 이글루에 덧글달다보니 꼭 홈페이지를 언급해달라고 되어있길래 아무생각없이 링크했던 제 미니홈피입니다만 그냥 슬쩍 여기다가도 ^_^;;; 저도 이글루 만들고 싶어요 .. OTL ( 경이롭게도 아직 주민등록 뭐시기가 제대로 안됐다고 =ㅁ= 호프집도 당당하게 드나들수있는 나이인데.. 신기하죠? ; )
아, 그 이글루에 가입하려고 하니까 ‘귀하의 주민등록번호는 한국신용정보DB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주민등록번호 실명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라고 뜨더라구요. 주민등록증 스캔 혹은 사진찍어서 보내라는데 귀찮아서 머뭇거리는중… @_@ 엄마주민등록번호로 할까; 이러고 있습니다; 그냥 조만간 사진찍어 보내야죠 orz
흠흠 그렇군요. 한국신용정보DB에 등록되는 거군요. 주민등록정보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서요. ^^ 실명인증을 하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 어디에 확인을 하는지, 그리고 미성년자들이 가끔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그래서 어떤 것인지 궁금했어요. (저야 미성년에서 벗어난지 너무나 오래되어 직접 확인할 수가 없구요.;;;) 아마 계좌를 새로 만드시거나 해도 등록이 되실 겁니다. 흠흠 이글루에 방을 만드실 거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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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Cain님의 글과 샐리님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전 엄청 늦게 편입(?)한 인간이라…1세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_ㅠ
저는 1세대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요 ^^;; 오히려 kritiker님의 글을 잘 읽었어요. ^^
뭔가 좀 정리해봐야겠다 싶어서 쓰긴했는데, 단어의 덩어리가 글은 아니구나, 싶어서 좀 괴로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