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아름다운 사람

연기도 하고 운동도 하는 다른 동료 배우들과 달리 연기로 운동을 하는 것 같은 조금 신기한 사람이었습니다. 흑인 남성 배우들은 커리어에서 한번쯤은 역사적인 흑인 인물들은 연기하기는 하지만 필모그래피가 주로 그런 역할로 채워져 있는 것도 신기했고, 연기하기로 한 조연 배역이 전형적인 흑인 인물이라고 항의하다가 잘렸다거나(…) 이집트 배경 영화에 백인 배우들만 나오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해서 [갓 오브 이집트]같은 영화(…)에 나오기도 하구요. 여성의 날이면 [남성을 교육하는 것은 한 개인을 교육하는 것이지만 여성을 교육하는 것은 한 가정, 한 마을을 교육하는 것]이라는 슬로건을 게시하기도 했어요. 그런 구닥다리 운동권같은 과도 있고.

물론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관심이 지속된 것도 사람이 이렇게나 잘 생겨도 되나… 했던 블랙 팬서에서의 외모에 대한 때문이긴 하지만 히어로 영화의 남성 히어로이면서 마초적이지도 않고, 가부장적인 티도 크게 내지 않은 신기한 히어로였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최초의 흑인 히어로를 이런 히어로로 만들어 낸 감독과 배우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줄줄이 찾아 본 다른 영화들도 다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원체 좋게 본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좋게 보기는 하지만.

정적이 될 인물에 대한 미안함과 회의체 몰래 일을 처리할 생각은 하지도 못 해서 영화에서의 클라이맥스를 불렀던 트찰라, 트럼프 시대에 어리석은 사람들은 벽은 쌓고 현명한 사람들은 다리를 놓는다고 선언한 트찰라, 동생과 허물없이 웃고 어머니에게 자상하고 여자친구와 동료들의 조언을 구하고 받아들이던 트찰라. 이런 모습으로 더 발전할지 그도 다른 사람처럼 되어갈지 궁금했는데, 라이언 쿠글러의 말대로 그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 운명이 아닌가 봅니다.

실시간으로 봤던 그의 모습은 모두 투병중이었다는 것이, 긴 기간 동안 항암과 수술을 견디면서 활동했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인 소회가 일기도 해요.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작가로서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아 있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기도 하구요. 이 슬픔과 안타까움의 경계도 흐릿하지만 이제는 그가 남긴 좋은 영화들로 그를 기억할 수 밖에 없군요.

Rest in Power, Chad.

The Kill Hole 2012 최초 주연작인 것 같은데 아직 못 봤습니다.
42 2013 이 영화는 제작될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국내 개봉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채드윅을 안 후에야 뒤늦게 블루레이로 봤어요. MLB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와 우리 팀 선수들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볼 때마다 사심없이 볼 수가 없어요.
Draft Day 2014 채드윅이 미식축구선수로 나오고 가장 덩치가 컸어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영화입니다. 다만 써니단장이 왜 그렇게 본테를 영입하고 싶어했는지 납득할 수가 없어서 잘 생겨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Get on Up 2014 굉장한 영화고 채드윅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데, 플래시 백은 좀 유기적으로 쓰이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들어요. 제임스 브라운에 대해서는 소울뮤직의 대부, 이렇게만 들었는데 저는 소울뮤직이 뭔지도 모르고… 그런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분인 줄은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Gods of Egypt 2016 이 영화도 아직 못 봤습니다. 어느 날 엄두가 나면 보려구요.
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이 영화는 블랙 팬서를 보고 나서야 봤는데, 시빌 워의 블랙 팬서야 멋있고 잘생기긴 했지만 이 영화의 트찰라는 멋있고 잘 생기기만 했어요. 물론 멋있고 잘 생기기는 어렵지만… 암튼 멋있고 잘 생겼고((
Message from the King 2016 상당히 하드고어한 복수 액션 영화입니다. 채드윅이 멋지게 나오기는 하는데 좀 무섭고… 복수 액션의 원인은 늘 그렇듯이 여자 가족의 희생으로 한 것이 아쉽고… 그렇습니다.
Marchall 2017 마셜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재판밖에는 모르는데 유일하게 아는 그 사건이 아니고 마셜이 젊은 시절에 담당한 수많은 사건 중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쉬운 사건을 고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와 저 여자 나쁘다로 빠지지 않기 위해 섬세하게 신경쓴 것이 눈에 뜨이고요, 조시 개드와의 콤비가 잘 어울려서 다른 사건도 다루는 시리즈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고 행복한 공상을 했습니다.
Black Panther 2018 정말 좋은 영화에요.
Avengers: Infinity War 2018 트찰라를 삼분삼십초 보기 위해 세시간을 견디어야 했던…ㅜㅜ
Avengers: Endgame 2019 트찰라를 삼십초 보기 위해 세시간을…ㅠㅠㅠㅠ
21 Bridges 2019 이 영화에서 채드윅을 어찌나 예쁘게 찍어주었던지 다음에 브라이언 커크 감독의 영화가 개봉하면 의리로 꼭 봐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a 5 Bloods 2020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인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다섯 흑인 군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베트남전쟁이 배경이라니 좀 걱정했는데 평가는 좋았습니다. 저는 넷플릭스에 재가입하지 않아서 아직 못 보았어요… 레미제라블 25주년 공연에 자베르로 출연했던 놈 루이스도 출연했더군요.
Ma Rainey’s Black Bottom 2020 바이올라 데이비스 주연의 음악 영화입니다. 공개가 조금 미루어졌어요.
Yasuke 야스케는 16세기 말에 일본에서 활동한 흑인 무사입니다. 원래 동아프리카에 살다가 유럽에 노예로 잡혀갔던 모양이에요. 그 후 이탈리아 선교사와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들어 가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죽은 후에는 일본의 외국인 수도원으로 추방되었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것 같은데 기록은 없다고 합니다… 참 쓸쓸하고 고생많은 인생이지만 전국시대 일본 배경이라니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잘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아쉽기만 하네요. 이외에 베리 젠킨스 감독과의 작업도 예정되어 있었고 활동을 많이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음이 많이 쓸쓸하네요. 좋은 길 안녕히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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