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이 또 하루 멀어져간다, 라고 노래하면 그 노래가 서른 즈음에라도 목소리의 주인은 세상의 신산함을 다 맛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린 목소리가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라고 노래하니 처음 들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어요. 하긴 근데 사는 게, 나이든다고 저절로 아는 것도 아니긴 해요. 한국어인데도 못 알아들었던 뒷부분은 이상의 봉별기 마지막 부분이네요. 생각하면 봉별기의 두 주인공은 저보다도 어리고-ㅂ-;;;
속아도 꿈결 / 가을방학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 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
누굴 만난다든지 어딜 들른다든지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 놓고 가야만 하는 것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 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장을 덮는 그 때
– 이를테면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 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