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시절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이 남는 일은 신부님이 마음에 남는 강론을 해 주셨다거나 좋은 데로 소풍을 갔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미사시간에 조용히 하라는 잔소리를 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계속 들은 일이었다. 이 잔소리는 중고딩 시절에도 종종 들었던 것 같다.
난 미사시간에 떠드는 편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해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은 아니고 성격탓이거나 그 시절에도 왕따였기 때문일게다.(;;)
아시겠지만 애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 초딩 2,3학년 가르치는 선생님인 사람하고 얘기해보면 제일 힘든 것이 애들에게 40분 혹은 45분 동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데, 벌써 2학년인나 3학년인데도 한창 수업하고 있는데 벌떡 일어나서 선생님 쟤가 뭐했어요 라든지 돌아다닌다든지 하면 정말정말 괴로운 노릇이란다. 이 초딩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자리에 오래 앉아있기, 라는 덕목을 가르쳐서 상급학년으로 보내는 것이 어린 초딩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그래서 낄낄거렸던 기억이 난다. (자신들은 초딩인 시절이 없었던 양;)
게다가 시야도 좁다. 공공장소에 나와봤자 자신 주위에 있는 넓은 장소와 수많은 사람들보다는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것만 보이고, 대개는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보다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이고 뭘 느끼고 있고 뭘 하고 싶은지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이런 외계인인 초딩이 자신이 어디에 있고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하는 지구인이 되려면 많은 교육과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가 왜 나왔겠나. 거기 나오는 어른들이 딱히 위선자였다기보다는 공공장소에서 남의 취향에 대한 자기 의견을 큰소리로 밝히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든지 하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크고, 호위병의 눈초리가 무서웠을 가능성은 더욱 크다. …그 임금님이 미중년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 임금님이 중년이었다는 언급은 없었을 뿐더러 중세 유럽의 평균 수명을 고려해보면 미청년이었을 수도. 초딩이야 미청년의 가치에 대해 뭘 알겠어.
암튼 이런 외계인인 초딩과 지구라는 공공장소에 적응해버린 어른;과 함께 살기는 좀 고달픈 노릇이다. 어차피 초딩시절은 외계인에서 지구인으로 진화 혹은 퇴화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일정량 이상의 잔소리와 경험이 축적되어야 이 진화 혹은 퇴화과정이 지구인 단계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얌전한 초딩은 그 애가 예절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이기보다는 단지 조용한 성격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공공장소에서 칭얼거리는 애들보다 그 애들을 가르치는 부모목소리가 더 거슬리는데, 작은 목소리로 말해봐야 애들의 주의를 끌기 어려우니까 부모 목소리는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소위 초딩 습격 사건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면서 부모가 제대로 못 가르친 탓, 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지구인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예전 세대는 애들은 원래 그래, 라는 체념의 지혜를 발휘하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소위 공공장소 초딩 습격 사건에 대한 어떤 게시글을 읽고 트랙백보내려고 쓰던 글인데 몇달 지나기도 하고 잘 기억도 안 나서 안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