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백양로에 서면 기형도가 떠오릅니다. 어린 날에는 “나무 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던 대학시절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지금은 사랑을 잃은 혹은 찾아헤맸지만 찾지 못한 후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사진은 080106 썸띵님과 데이트중에.
기형도 시를 보면 좀.. 마음이 아프죠
시집 뒤에 김현인가(가물~.~) 그분이 쓴 평론이 정말 딱이예요. 다시는 그런 청춘이 없었으면 좋겠다던(그런 풍의.. 다시 찾아 뒤적이기가 귀찮..;_;)… 음..
얼마전(이라기엔 좀 된)에 어떤 래퍼가 빈 집을 따와서 읊어대는 노래를 들었는데 몹시 불쾌했던 기억이 있더랍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형도 시는 그렇게 얇팍하게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ㅠㅠ
시대는 달라졌지만 저도 졸업즈음에 대학시절을 자주 떠올리곤 했는데, 지금 그 때를 다시 떠올려보면 세상이 무서운 것은 변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형도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가끔 펼쳐보곤 하는데(책장이 모자라서-_-;), 저도 생각난 김에 좋아하는 시를 블로그에 적어봐야겠어요. 하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뜬금없이 마무리)
김현씨 평론은 저도 나중에 한참 후에 그렇더라,는 얘기를 듣고 봤어요.
“나는 누가 기형도를 따라 다시 그 길을 갈까봐 겁난다. 그 길은 너무 괴로운 길이다. 그 길은 생각만해도 내 “얼굴이 이그러진다”(p.33) 나는 불행하다, 나는 삶을 증오한다라는 끔찍한 소리를 다시는 누구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고 해도.”
그러고보니 제가 한 얘기는 c님이 말씀하신 청춘의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자꾸 이렇게 얘기해도 괜찮은 걸까요^^;; (다 해놓고 이런다;;;;)